최근 몇 년 새 노트북 시장은 크게 두 줄기 흐름으로 재편되고 있다. 하나는 1㎏ 안팎의 초경량 노트북 시장이다. 노트북의 생산성에 휴대성까지 극대화해 최근 시장의 대세로 급부상했다. 다른 하나는 게이밍 노트북인데 데스크톱 PC 못지않은 사양을 갖춰 ‘오버워치’ 같은 고사양 게임도 넉넉하게 구동시킬 수 있다. 그동안 국내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는 에이서, 레노버, MSI 등 외국 기업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게이밍 노트북 ‘오디세이’를 출시하며 경쟁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오디세이는 삼성전자가 게이밍 노트북에 명명한 새로운 브랜드다. 삼성전자는 노트북 제품을 제품군에 따라 3·5·9 등 숫자로 분류했다. 오디세이는 이 기준에서 벗어나 별도의 브랜드를 적용했다. 오디세이의 가장 큰 특징은 고사양 게임을 할 수 있는 스펙이다. CPU는 인텔 7세대 코어 i7 7700HQ를 탑재했다.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의 GTX 1050 4GB 모델이 탑재됐다. 보통 노트북은 CPU와 통합된 내장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데 4K 동영상 재생도 가능할 정도로 일상적인 용도에는 문제가 없지만 게임을 하기엔 무리다.
반면 GTX 1050을 탑재한 오디세이에서는 오버워치, 배틀필드 같은 일인칭슈팅게임(FPS)이 부드럽게 잘 돌아갔다. 이런 게임들은 고사양을 요구하기 때문에 컴퓨터에 따라 그래픽 옵션을 낮춰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오디세이는 오버워치 그래픽 옵션을 낮추지 않고 고화질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게임에 따라 오버워치보다 더 고성능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약간의 타협도 해야 한다.
오디세이는 15.6인치 풀HD 해상도의 화면을 갖췄다. 화면 크기를 고려할 때 그 이상의 해상도는 게임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해상도를 더 높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화면은 선명하다. 빛반사가 없는 안티 글레어 패널을 사용해 장시간 사용해도 눈이 덜 피곤하다. 오디세이는 ‘비디오 HDR’ 기능이 탑재돼 더욱 선명하게 영상을 볼 수 있다.
오디세이를 켜면 키보드에 붉은색 LED 라이트가 켜져서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게임할 때 많이 쓰이는 ‘W·A·S·D’ 등 4가지 키보드는 눈에 잘 띄도록 별도로 표시를 해놨다. 후면 절반은 통풍구로 만들어 발열에 대비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헥사 플로우’라고 했다. 고사양 게임은 오디세이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발열도 많아진다. 삼성전자는 통풍구를 크게 해 발열에 대비했다.
오디세이는 무게가 2.53㎏으로 요즘 나오는 초경량 노트북에 비해 무겁다. 전력 소모가 큰 탓에 안정적 전원 공급을 위해 어댑터도 무겁다. 늘 휴대하면서 사용하는 용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오디세이는 집에 있는 데스크톱PC를 대체하는 성격이 강하다. 고사양인 만큼 게임 외에 다양한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오디세이의 방향성은 향후 가상현실(VR) 시대와 맞닿아 있다. VR이 좀 더 대중화하고 본격적으로 게임 콘텐츠가 나오기 시작하면 고사양 노트북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등 컴퓨터와 연동하는 VR 기기는 그래픽카드가 GTX 1060 이상인 경우에 원활하게 구동된다. 오디세이에 탑재된 GTX 1050보다 고사양이다. 당장 오디세이에서 VR 게임을 하는 건 힘에 부치지만 본격적인 VR 시대가 되면 오디세이도 거기에 맞춰 업그레이드 된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오디세이가 국내 시장에 나오면서 외국 제품 일변도인 게이밍 노트북 시장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게이밍 노트북은 고사양이라 가격이 다른 노트북에 비해 높다. 오디세이도 200만원 이상이다. 고가 제품일수록 사후관리(AS)의 중요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AS가 외국 기업보다 월등히 좋다는 점은 오디세이가 가진 또 하나의 경쟁력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삼성전자도 뛰어들었다… 게이밍 노트북 시장 후끈
입력 2017-03-28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