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安風’… 호남 지지세 회복 ‘경선 대박’

입력 2017-03-26 17:59 수정 2017-03-26 21:39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5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제주 국민경선에서 두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25∼26일 실시된 광주·전남·제주 및 전북 순회경선에서 64.6%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뉴시스

25∼26일 실시된 국민의당 호남·제주 지역 경선이 ‘대박’을 터뜨렸다. 당 예상보다 배나 많은 사람들이 경선에 참여했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4·13총선 당시 호남 지지세가 돌아왔다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강론’을 주장하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압승했지만, 반문 정서에 기반한 연대론이 재점화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26일 전북 지역 21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경선에 참여한 3만여명은 당초 국민의당이 예상했던 1만5000명의 배가 넘는 숫자다. 25일 광주·전남·제주 경선에서도 6만2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광주·전남에서는 오전에 비까지 내린 상황이었지만 투표소마다 경선인단이 길게 줄을 설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조직력을 동원해도 호남과 제주에서 9만명 이상이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며 “궂은 날씨에도 흥행이 됐다는 건 새로운 기류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전모집 없이 신분증 확인만으로 치러지는 완전국민경선의 장점과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호남 민심이 맞아떨어진 것도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최모(55·여)씨는 “일 터지면 감추기 바쁘고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갈아치우는 정권을 4년 동안 경험하지 않았느냐”며 “딸에게 투표의 중요성을 가르쳐주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현장투표 위주 경선방식 때문에 중복투표 우려도 많았지만 첫날 오전 일부 투표소에서 10∼20분간 투표가 지연되는 사고 외엔 무난히 투표가 진행됐다.

안 전 대표는 최대 격전지로 꼽힌 광주·전남·제주와 전북 경선 합산 결과 64%가 넘는 득표율을 거둬 경선 초반부터 대세론을 굳혔다.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나 박주선 의원이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승부수를 걸었던 만큼 안 전 대표는 2연승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안 전 대표는 2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북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지난해 총선 때 표를 얻기 위해 발언했던 정계은퇴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한 번 속으면 실수지만 두 번 속으면 바보”라며 “선거 때만 호남 지지를 얻으려는 사람을 뽑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호남의 ‘문재인 견제 심리’가 경선 흥행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지원 대표는 전북 합동연설회에서 “위대한 호남민들은 다시 한 번 국민의당이 집권하라고 기회를 주고 있다. 4월 초가 되면 ‘문재인 공포증’이 생겨 국민의당 후보가 반드시 대선에서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장’ 발언을 비롯해 최근 민주당 후보들의 네거티브 논란에 대한 호남의 반감이 본격적으로 표출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남의 반문 정서를 기반으로 국민의당이 다음 달 4일 대선 후보 선출 이후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박 의원이나 손 전 의장은 39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의 독자 집권은 불가능하다며 개혁세력 대연합을 주장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들의 대연합론이 정치공학적 연대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전북 합동연설회에서 “패권주의에 반대해 온 호남의 통합 정신이 국민에 의한 연대를 이끌 것”이라며 ‘반문 연대’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다.

광주·전주=백상진 정건희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