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내년부터 초·중학교는 물론 사실상 모든 고등학교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교과서로 교육을 한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일본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독도 영유권 주장이 반복 주입된다는 말이다. 우리 정부는 대변인 성명과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항의했다.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의 위안부 합의를 반영한 교과서도 7종이나 나왔다.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된 것처럼 기술됐다. 우리 정부가 총괄공사를 부른 것은 올 들어 네 번째다. 정해진 패턴에 따른 대응이다 보니 아무런 감동이 없다. 일본은 반성의 기미는 고사하고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도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에선 한·미 동맹을 미·일 동맹 아래에 두는 듯한 언급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 미국대사 임명도 늦추고 있다. 중국과 일본 주재 대사는 일찌감치 지명한 것과 대비된다. 조만간 발표 예정인 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관련 중요 결정들이 내려질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북핵을 이고 사는 우리가 논의에서 배제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 탄핵과 함께 가라앉고 있는 우리 외교의 현주소다.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한국이 소외된 채 주변 강대국들끼리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더 심화될까 걱정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외교는 한순간도 멈춰선 안 된다. 우리의 국익은 우리가 지킬 수밖에 없다. 일본의 계속되는 역사 도발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역사와 다른 문제들을 분리해 대응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현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차기 정부에 넘겨줄 수 있는 차분한 외교력이 발휘돼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 정책에 우리의 입장이 적극 반영될 수 있는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정치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가 안보 위기 앞에서 국론 통합은 고사하고 적전분열 양상이 계속돼선 안 된다. 때마침 이번 주 각 당 대선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정부분 걷히는 것이다. 당선자는 곧바로 대통령 신분으로 외교 문제를 다뤄야 하기에 큰 그림을 갖고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결정하고 야당은 따라오라는 식의 전임 정부 행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그러기에 대선 전에 차기 후보들 간의 상호 의견 교환이 필수다. 대선 전에 큰 외교방향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필요하다. 절대적 다수당이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토론회 등에서 일정 수준의 약속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원 보이스다.
[사설] 한 없이 가라앉는 한국 외교… 정치권 협력 필요하다
입력 2017-03-26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