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연루된 회계법인 딜로이트 안진에 대해 1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당장은 고통이 따르겠지만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이에 따라 안진은 앞으로 제재 기간 동안 상장사와 비상장 금융사,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일부 법인과 신규 감사계약을 맺을 수 없다. 안진과 신규 감사계약을 맺은 회사는 감사인을 교체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의결이 남아 있지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결정한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여론을 의식한 가혹한 처분이라는 주장이 있는 것은 안다. 안진 측도 이번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안진은 국내 2위의 회계법인으로 2016 회계연도 기준 총 1068개, 상장회사 기준으로는 223개 기업의 외부감사 업무를 담당했던 점을 감안할 때 시장에 일시적 혼란이 예상된다.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규모가 계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컸고, 무엇보다 비뚤어진 회계감사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시장혼란이 선처의 이유가 될 수 없다.
회계투명성 확보는 선진 경제가 갖춰야 할 기본이자 최우선 과제다. 고의로 이익을 부풀리거나 손실을 축소 또는 날조한다면 이는 악질적 범죄행위다. 2001년 미국의 대표적 에너지기업 엔론 분식회계 사태로 파산은 물론 최고경영자가 구속되고 회계감사를 맡았던 아서 앤더슨이 결국 문을 닫게 된 것은 분식 범죄가 얼마나 엄중한지 대변한다. 증선위가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은 안진이 분식회계를 조직적으로 묵인 및 방조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워치독(watchdog)으로서의 책임 방기나 소극적 회계부정을 넘어 적극적 회계부정에 가까운 ‘공범’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기업회계에 대한 신뢰성 수준은 매우 낮다. 감사인 지정권한이 기업에 있다 보니 감사인은 기업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고, 따라서 느슨한 회계감사를 해온 측면이 없지 않다. 대우조선 분식회계도 이 같은 구조적 모순과 감사인의 도덕적 해이 등이 결합된 부정행위다. 금융 당국의 이번 조치가 기업 분식회계의 뿌리를 뽑고, 회계법인의 신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설] 분식회계에 눈감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
입력 2017-03-26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