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선수단이 모두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야구를 할 겁니다. kt 야구는 ‘즐겁다’는 색깔을 입히겠습니다.”
지난 22일 프로야구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진욱(57) 감독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kt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그는 “꼭 시범경기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며 “선수들이 야구를 즐겁게 하다보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kt는 2015년 창단 이후 두 시즌 연속 꼴찌에 머물렀다. 프로야구에서 10번째로 가장 늦게 창단한 탓에 ‘막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그랬던 kt가 새 시즌 탈꼴찌를 향해 신호탄을 쐈다. kt는 26일 끝난 시범경기에서 7승1무3패로 1위를 차지했다. 비시즌 동안 kt에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
kt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취임식에서 kt 선수들과 처음 마주했다. 그는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선수들이 경직되더라고요. 선수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죠”라고 회고했다. 김 감독은 모든 선수들에게 ‘카톡 자기소개’를 부탁했고,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등 권위적인 감독의 모습을 내려놨다. 처음엔 김 감독과의 대화를 어색해하던 선수들도 이젠 적응했다. 선수들은 직접 감독실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김 감독은 kt가 신생구단인 만큼 분위기에 따라 경기 결과가 좌우될 때가 많다고 봤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야구를 맘껏 해달라’고 주문했다. 시즌 끝날 때까지 순위에 연연하지 말고 신나게 야구를 하자고 약속했다. 김 감독은 “지거나 실수해도 고개를 숙이지 않기로 했다. 혼내는 일도 없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를 안 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로우파이브’를 하자는 주장 박경수의 제안도 받아들였다. 경기에 이겼을 때는 하이파이브, 졌을 때는 손바닥을 허리 높이에서 마주치는 로우파이브로 서로를 격려하자는 의미다.
kt는 이진영 유한준 이대형 등 고참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젊은 선수들은 구단의 육성 기조에 발맞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트레이너 코치 프런트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의기투합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예전 같았으면 위기 때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거다. 팀 분위기가 좋으니까 위기도 금세 극복하는 팀이 됐다”며 껄껄 웃었다.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다 복귀한 장성우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김 감독은 “받을 징계는 모두 받았다. 야구할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kt 소속 선수이기에 기회를 주는 게 어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야구실력을 떠나 인생에서의 실수를 만회하는 건 장성우의 몫”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 팬들도 kt처럼 신나는 야구를 목표로 지금처럼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달라진 kt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올 시즌 프로야구를 말한다-<9> kt 김진욱 감독] “젊은 선수들과 소통으로 가을야구 도전”
입력 2017-03-26 19:00 수정 2017-03-26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