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전사’들의 전투력이 심상찮다. 당초 약체로 꼽힌 시리아 축구 대표팀은 7년째 계속되는 내전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에서 ‘승점 자판기’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변도 잇따라 일으키고 있다. ‘슈틸리케호’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회 7차전에서 만나는 시리아는 그야말로 ‘도깨비 팀’이다.
시리아는 아시아 서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인구 1700여만 명의 이슬람 국가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아버지에게서 정권을 물려받아 40년 넘게 독재 정권을 유지해 오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 15일 시작됐다. 남부 다라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기점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최근 7년째 계속되는 시라아 내전으로 약 32만 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시리아인 490만 명이 전쟁을 피해 외국으로 탈출했다. 국내 이재민은 6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비린내 나는 내전 속에서도 시리아 축구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리아가 내전에도 불구하고 최종예선에 진출한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시리아 대표팀은 내전 때문에 중립지역인 말레이시아에서 명목상 홈경기를 치른다.
시리아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 1로 패했다. 하지만 한국과의 홈 2차전에서 0대 0으로 비기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16일 ‘축구굴기’를 앞세운 중국과의 원정경기에서 1대 0으로 이기더니 그해 11월 15일엔 A조 선두 이란을 상대로 홈에서 무승부를 거뒀다. 이어 지난 23일엔 우즈베키스탄과의 홈 7차전에선 1대 0으로 이겼다. 시리아는 지난 6경기에서 2득점 2실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짠물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한국이 6차전에서 중국에 1대 0으로 패해 승점 10점(2위)에 머문 사이 시리아는 승점 8점(2승2무2패·4위)을 쌓아 우즈베키스탄(승점 9·3위)과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아이만 하킴 시리아 감독은 “우리는 최악의 환경에 놓여 있다”며 “(내전으로) 홈경기도 할 수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얻은 성과는 우리 선수들의 대단한 정신력에 대한 증거다”고 말했다.
시리아 대표팀은 내전 때문에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일부는 유니폼을 벗고 군복을 입었다. 또 일부는 “시민들을 학살하는 국가를 대표해 뛸 수 없다”며 스스로 대표팀을 떠났다. 남은 선수들은 내전을 피해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 클럽으로 이적했다. 주장 아마드 알살리흐는 중국 슈퍼리그 헤난 지안예에서 뛰고 있고, 카르빈은 중동 명문팀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활약하고 있다.
시리아 대표팀은 경제적 상황도 열악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최종예선 10경기를 위해 200만 달러(약 22억 5000만원)를 지원받았는데, 이 돈을 쪼개 쓰고 있다. 코치 월급은 100 달러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평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내전에 지친 시리아 국민들에게 축구는 무엇일까? 그것은 희망이 아닐까. 투혼으로 뭉친 시리아 선수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를 믿어 주는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주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도깨비팀’ 시리아… 얕보다간 당한다
입력 2017-03-27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