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정치 지도자와 기독교를 비롯해 종교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냈던 10대 블로거가 미국 망명 승인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이민법원은 싱가포르 출신 블로거 애머스 이(18·사진)군의 망명 신청을 수용했다. 새뮤얼 콜 판사는 “정치적 신념 때문에 과거 싱가포르에서 박해를 받았고 앞으로도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군의 변호사 샌드라 그로스먼은 “그의 발언이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공격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표현의 자유는 신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현의 자유가 제한돼 있는 싱가포르에선 성경과 이슬람교 코란 등 교리를 담은 책을 불태우거나 이에 대해 경멸적 발언을 하면 체포되지만 이군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인종, 종교에 대해 부정적 주장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지난해 9월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비판하는 내용의 영상을 올려 6주간 실형을 살았다. 2015년 3월에는 싱가포르의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 전 총리가 타계하자 “리콴유는 끔찍한 인물이자 지독한 지도자”라는 주장이 담긴 8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가 4주간 수감됐다.
싱가포르 내무부는 “종교에 대해 증오 발언을 한 인물인데 미국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준으로 그를 받아들였다”며 반발했다.
한편에선 법원의 판단이 싱가포르에서의 표현의 자유 영역을 확장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리콴유 영상을 올린 뒤 이군은 고초를 겪고 감시를 당해 왔다”며 미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美, 싱가포르 10대 블로거 망명승인 논란
입력 2017-03-26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