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선적의 14만8000t급 크루즈 ‘퀸메리 2호’가 27일 인천항에 입항한다. 관광객 2500여명과 승무원 1200여명을 태우고 지난 1월 세계일주에 나선 초대형 크루즈다. 중국만 바라보던 크루즈 관광업계가 사드 보복을 계기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는 신호탄이다. 우리나라 크루즈 관광시장의 중국 의존도는 80%가 넘는다. 그런데 이달에만 취소된 중국발 크루즈가 30척이 넘었다. 중국의 잘못된 경제 보복 조치에 애꿎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 삼아 세계 각국으로 시장을 바꿔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사활을 건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겨냥해 대대적인 시설투자를 했던 인천항만공사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크루즈컨벤션에 참석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부산과 제주도에서도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을 겨냥한 시장다변화 노력이 활발하다. 중국을 상대로 손쉽게 장사할 때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새로운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여행객 급감으로 심각한 타격이 예상됐던 인천국제공항은 일본과 동남아에 저비용 항공사 노선이 확대되면서 최근 여객수가 15%가량 늘었다. 중국 내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한 식음료업계는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가 동남아시아 단체관광객의 전자비자 발급시기를 앞당기는 등 적절한 정책으로 뒷받침할 경우 동남아와 인도 등에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예산을 쏟아붓고, 숫자에 매몰돼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번 기회에 볼거리도 없이 저가 단체관광객을 모집해 바가지 쇼핑을 시키는 수준 낮은 관광시장을 반성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면 중국의 저급한 몽니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사설] 중국의 몽니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입력 2017-03-26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