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인슐린펌프를 개발해 당뇨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최수봉 박사(66·충주 건국대병원 당뇨병센터 소장)가 최근 교회들로부터 건강강좌를 겸한 간증집회를 인도해 달라는 요청을 곳곳에서 받고 있다.
최 박사의 집안은 신앙적 뿌리가 깊다. 집안 어른인 최흥종(1880∼1966) 목사가 나환자를 돌보는 포사이트 선교사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을 받아 목사가 됐다. 가계의 흐름과 선교정신은 조부(최창동 장로)에게 이어져 조부는 전남 함평 나산교회를 설립해 신앙유산을 이었다. 이어 부친(최현 집사)과 최수봉 박사, 아들(최형진)까지 4대가 크리스천 의사 집안이다.
최 박사 역시 자신이 출석하는 작은 농촌교회에서 다문화가정선교센터를 겸한 성전을 세우기로 했으며 해외선교 지원 및 개척교회, 다문화가정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주님의 일을 하면서 전 세계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을 도우라고 하나님께서 제게 특별한 달란트를 주신 것이라 믿습니다. 기술을 더욱 개발해 고통 받는 당뇨환자들에게 건강을 선사하고 후일 노벨상에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최 박사의 인슐린펌프는 당뇨병은 불치병이 아니며 얼마든지 완치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심고 있다. 서울대 의대 및 대학원에서 내분비 및 대사학을 전공한 최 박사는 당뇨분야 치료에 몰입하며 효과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방법을 찾다가 1979년 28세의 나이에 인공췌장인 인슐린펌프를 개발했다.
인슐린펌프가 첫 선을 보인지 38년이 지난 현재 놀라운 기계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리모트컨트롤로 손쉽게 자동주입이 되는 것은 물론 수시로 혈당을 체크할 수 있고 적정 인슐린 계산 기능 등 발전이 이뤄졌다.
“인슐린펌프(다나)가 수출되는 세계 66개국 의료진과 학술교류를 하는데 현재 일반적인 당뇨치료가 혈당정상화에만 집중되고 있습니다. 손쉽게 포도당의 원인이 되는 음식 섭취를 줄이거나 췌장 인슐린 분비세포를 자극하는 먹는 약 처방, 혹은 당뇨의 근본적 원인과는 다른 기전에 영향을 주는 현재의 처방법은 당뇨를 완치할 수 없습니다.”
최 박사는 “음식을 섭취하면 포도당이 핏속에 흡수, 에너지원으로 운반되고 핏속에 있는 인슐린에 의해 포도당이 생명현상의 주역인 세포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당뇨병은 인슐린 부족으로 포도당이 신체의 세포, 조직, 기관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남아 있어 고혈당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것보다 정상인과 같은 인슐린 분비 패턴을 맞춰주어 정상적인 대사과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바로 이것을 인슐린펌프가 도와주는 것이다.
이 인슐린 펌프 치료는 잘 먹으면서 혈당도 정상으로 만들어 준다. 특히 원인을 치료하기 때문에 췌장의 기능을 회복시켜주어 당뇨병 완치까지 가능하다.
최 박사는 지난 2월15∼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0회 최신당뇨치료기술 국제회의(ATTD 2017)에 참석해 인슐린펌프 기술을 선보였다.
인슐린펌프 치료결과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 담당 혈청 C-peptide가 5.97ng/㎖에서 1년 후에 6.64ng/㎖, 4년 후에는 7.46ng/㎖ 증가하며 정상화됐다고 밝힌 것이다. 또 최 박사는 인슐린펌프 사용 환자들을 5년간 상세히 추적한 결과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이 혈당이 정상화 되고 췌장의 인슐린분비기능이 회복됐으며 완치된 사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학회에서는 영국 캠브리지대 의과대학 당뇨 및 내분비학 교수인 로만 하보카(Roman Hovorka) 박사가 자신의 당뇨병 치료 연구에 최수봉 박사가 만든 인슐린펌프를 사용하고 있으며 상당한 의학적 진전이 있었음도 밝혔다. 로만 박사는 “우리는 많은 당뇨병 연구에서 한국의 다나 인슐린펌프를 블루투스와 연결해 사용하는데 기능적인 면에서 단연 최고”라며 “매우 가볍고 사용하기 쉬워 어린아이, 청소년, 임산부에게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슐린 펌프의 임상적 연구는 바람직한 혈당 조절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당뇨 환자들이 고통당하고 이로 인해 가정까지 무너지는 것을 봤기에 이를 고쳐주고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만들어 주는 게 제 사명이라 믿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최 박사가 40여년간 당뇨병 한 분야에 매달려 기기개발과 환자치료에만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당뇨환자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고 또 주님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선교와 봉사를 실천하고 간증집회도 다니겠다”고 다짐했다. 최 박사는 현재 매주 화·수요일 충주 건국대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www.dangin.co.kr·043-845-2129,1544-8454)
<기획특집팀>
“기계치 할머니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인슐린 펌프”… 62세 당뇨환자 치료기
바쁘게 살아오던 내게 ‘당뇨병’이란 불청객이 찾아온 것은 60세가 되던 2015년 봄이었다. 온 몸이 쑤시고 식은땀이 나고 기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사우나를 즐기고 마사지도 즐겨 받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에 두통과 어지럼증, 고혈압까지 오면서 두통약과 소화제를 달고 살았다. 눈도 항상 침침했다. 이렇게 온 몸이 아픈데 뚜렷한 병명은 모르겠고 우울증까지 올 정도가 돼서야 언론사 기자인 딸에게 증세를 호소했다.
“엄마, 제가 얼마 전 당뇨병과 관련한 취재를 해서 아는데 증세가 비슷해요. 취재했던 최수봉 박사님께 찾아가 진료를 한번 받아 보세요.”
그 무섭다는 ‘당뇨’라니 겁이 덜컥 났지만 병원을 찾았다. 딸의 예상은 정확했다. 지수가 300 이상으로 상당히 진행된 당뇨병이었다. 최수봉 박사는 보통 많은 환자들이 약으로 치료를 받다가 더 진행돼 인슐린펌프 치료를 받는데, 내 경우는 약치료를 안했으니 효과가 더 크다며 펌프를 바로 착용해 치료받을 것을 권했다.
난 기계치인데다 몸에 부착해야 한다니 거절하고 싶었지만 주변에 이 펌프로 효과본 분들 이야기와 딸의 권유로 입원 후 인슐린 펌프를 착용했다.
처음엔 기계를 못다루면 어쩌나 했지만 80세가 넘은 할머니도 척척 다루는 걸 보고 힘을 얻었다. 착용하고 보니 너무나 간단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놀란 건 그 다음이었다.
내 몸이 종합병원인가 싶을 정도로 괴롭히던 여러 증상들이 인슐린펌프를 착용하면서 거짓말처럼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쑤시는 증상과 두통, 소화불량이 사라졌다.
시야도 안개가 걷히듯 깨끗해졌다. 당뇨증세가 온 몸을 괴롭혀 왔음을 그때 알았다. 이렇게 귀한 기계가 각 병원에서 잘 활용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안타까웠다.
최 박사 말대로 나는 지난해 가을 1년여의 인슐린펌프 치료 등을 통해 완치판정을 받고 펌프를 몸에서 벗을 수 있었다. 치료지침을 잘 따르고 운동도 해서 치료에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심한 당뇨병에서 나를 구한 것은 인슐린 펌프가 분명하다.
병원에서 건강진단 받을 때 모든 부분이 정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아마 최 박사를 만나지 못했으면 난 여전히 당뇨가 평생 안고 가는 불치병이라 여기며 병원에서 주는 당뇨약이나 먹으며 병을 참아야 했을지 모른다.
나는 모태신앙인으로 매사에 감사하는 긍정적인 자세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믿음도 건강에 큰 역할을 했다고 믿고 싶다. 이제 건강해진 몸을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최 박사에게 감사 드린다.
박광례 권사(임대업)
4대가 크리스천 의사 집안… 당뇨병 정복 40년 외길
입력 2017-03-2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