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개 상장사가 24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기업들은 대표이사 등을 선임하고 올해 수립한 경영 전략을 주주들에게 알리며 재도약 의지를 다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서초사옥에서 주총을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당분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검토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뒤 결과를 주주들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는 데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자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는 4월 말까지 설치할 예정이며 현재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덧붙였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외국인 사외이사는 이번 주총에서 후보 추천을 하지 못했다.
이날 주총에는 12살 최연소 주주가 “갤럭시 노트7과 같은 폭발이 없도록 해 달라”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권 부회장은 “오늘 주총에 참석한 제일 어린 주주인 것 같다.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라며 “앞으로는 젊은층의 의견을 받아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는 “공익 목적의 기부와 지원이 본의와 다르게 사용돼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정관을 개정하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SK그룹과 계열사들의 정관에는 ‘회사는 이해관계자 간 행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SK텔레콤은 박정호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6만6504주를 부여했다.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황창규 KT 회장은 주총을 통해 재선임이 최종 결정됐다. 황 회장의 임기는 2020년 정기 주총일까지 3년이다. 황 회장은 “앞으로 3년간 완전히 차별화된 기술과 서비스로 기존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KT가 보유한 지능형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5대 플랫폼 사업을 집중적으로 성장시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주총에서는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38년 만에 이사직에서 물러나며 ‘신격호 시대’를 마감했다. 대표이사에는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과 이원준 부회장이 공동으로 선임됐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등 이사직 임기 만료도 앞두고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삼성전자 “지금으로서는…” 지주사 전환 보류
입력 2017-03-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