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정권의 ‘사금고 창구’로 전락해 해체 요구에 직면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기업연합회’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로써 전경련 명칭은 5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전경련은 24일 경영이사회 신설, 사회협력 회계 폐지, 조직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앞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죄한다”며 “전경련은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단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혁신안 발표는 지난달 24일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허 회장의 유임을 결정하고 혁신위원회를 통해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 만이다.
전경련은 1968년 3월부터 50년간 사용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바꾼다. 또 1961년부터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해왔던 회장단회의를 폐지하고 경영이사회를 신설한다. 이사회는 기존 오너 중심에서 탈피해 회원사 전문경영인 20여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전경련의 정책연구 기능은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이관한다.
전경련은 어버이연합 지원 등으로 문제가 불어졌던 사회본부와 사회협력 회계를 폐지하기로 했다. 조직과 예산은 40% 이상 감축한다.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활동 내역과 재무 현황 등을 홈페이지에 연 2회 공개한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향후 부당한 요청과 협찬, 모금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실천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탈퇴하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간 전경련이 연명하기 위해 알맹이 없는 혁신안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이번 혁신안은 조직 구조와 인적 자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반복해온 쇄신 약속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전경련은 더 이상의 꼼수를 중단하고 해체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간판 바꾼 전경련, 혁신안 발표
입력 2017-03-24 18:01 수정 2017-03-24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