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사람이 먼저 갔다.” 지난해 2월 연출가 김동현(사진)이 52세로 세상을 떴을 때 연극계 동료와 선후배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8년 동안 김동현이 뇌종양과 투병하면서도 연극혼을 불태웠던 만큼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연극계에서 그의 빈 자리가 여전히 크게 느껴지는 가운데 그의 유작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은 4월 4∼30일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맨 끝줄 소년’을 공연한다.
‘맨 끝줄 소년’은 2015년 11월 그의 연출로 같은 장소에서 초연돼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그를 기리기 위해 초연에 함께 했던 전박찬 박윤희 등 배우와 스태프들이 뜻을 모았다. 당시 드라마투르그(공연 전반에 걸쳐 연출가의 의도와 작품 해석을 전달하는 역할) 겸 윤색으로 참여했던 손원정이 리메이크 연출을 맡고, 여주인공으로 김동현이 처음 염두에 두었던 배우 우미화가 새로 합류했다.
‘맨 끝줄 소년’은 스페인 현대연극의 거장 후안 마요르가의 작품으로 한국에는 2013년 ‘인 더 하우스’(감독 프랑소와 오종)라는 제목의 영화로 먼저 소개됐다. 고등학교 문학교사 헤르만이 수업시간에 언제나 맨 끝줄에 앉는 소년 클라우디오의 비범한 글쓰기 재능에 주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야기 만드는 것의 즐거움과 엿보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1991년 연극 ‘굿 닥터’로 데뷔한 김동현은 극단 작은신화를 거쳐 2007년 극단 코끼리만보를 창단했다. ‘착한사람, 조양규’ ‘하얀 앵두’ 등 여러 편의 수작을 발표했다. 2009년 ‘다윈의 거북이’를 시작으로 ‘영원한 평화’ ‘천국으로 가는 길’ 등 마요르가의 작품을 잇따라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맨 끝줄 소년’ 이후 병세가 급속히 나빠졌다.
리메이크 연출을 맡은 손원정은 김동현의 아내다. 전문적인 드라마투르그로서 연극동반자이기도 했다. 당초 연출가를 따로 두지 않았지만 연습 과정에서 배우 및 스태프의 권유로 그가 연출가로 나서게 됐다. 남편이 만든 토대 위에 초연 당시 아쉬웠던 부분을 채울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김동현 유작 연극 ‘맨 끝줄 소년’, 초연 배우·스태프가 무대 올린다
입력 2017-03-26 17:29 수정 2017-03-28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