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 제거에 11시간… 한때 “다시 내려야 하나” 암울

입력 2017-03-24 17:51 수정 2017-03-25 00:42

시속 1.5㎞. 성인의 평균 걸음인 4㎞보다 느렸지만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1074일 동안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5㎞ 해저에서 꿈쩍도 않던 세월호가 두 척의 재킹 바지선과 예인선의 호위를 받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24일 오전 11시10분 오랜 기다림 끝에 세월호 선체가 바다 위 13m까지 올라왔다. 이 시간이 오기까지 미수습자 가족 등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전날 밤 10시 해양수산부의 긴급 브리핑 후 곳곳에서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해수부는 세월호 좌현 선미 램프(차량을 싣고 내리기 위한 선체의 문이자 발판)의 잠금장치가 풀려 제거 작업에 들어간다고 했다. 소조기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까지 제거하지 못하면 세월호 인양은 다음 소조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새벽 6시45분, 제거 작업에 들어간 전날 오후 8시부터 11시간가량 이어진 무거운 침묵이 깨졌다. 세월호 좌현 선미램프 제거 작업이 완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인양 작업은 다시 속도가 붙었다. 수면 위 13m까지 선체를 인양하는 것과 동시에 2차 고박 작업, 이동 중 선체가 부딪히는 것을 막기 위해 완충재에 공기를 넣는 등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준비 작업이 끝나면서 재킹 바지선이 움직이지 않도록 바닷속에 묶어뒀던 16개 묘박줄도 풀었다. 바지선을 반잠수식 선박까지 끌고 갈 5척의 예인선도 방향을 잡고 대기했다.

오후 2시 준비를 마쳤지만 출발은 늦어졌다. 남동쪽으로 3㎞ 떨어져 있는 곳에 서 있는 반잠수식 선박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조류는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오후 4시55분 세월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도는 0.8m로 잔잔했지만 조류가 빨라 속도를 높일 수 없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35분 초과한 오후 8시30분 반잠수식 선박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에 올리는 마지막 작업에 들어갔다. 세월호 인양의 마지막 고비였다. 해수부도 ‘인양 작업 완료’ 시점을 물에 잠긴 반잠수식 선박이 세월호와 만나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작업은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길이가 145m인 세월호가 올라갈 반잠수식 선박의 갑판 길이는 160m라 여유 공간은 15m에 불과했다. 작은 실수로도 진입 과정에서 충돌할 수 있었다.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균형도 잘 잡아야 했다.

섬세한 공정이라 진행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반잠수식 선박에 진입한 지 두 시간이 넘도록 세월호가 갑판의 ‘정중앙’에 자리를 잡는 작업이 계속됐다. 갑판 한가운데 세월호가 위치를 잡자 세월호보다 바닷속 4m 더 아래에 있는 갑판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반잠수식 선박이 떠오르면서 세월호와 만나면 안정 궤도다”며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다음달 4일 목포신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