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들이 살해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지난해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데니스 보로넨코프(45·사진) 러시아 전 하원의원이 이날 오전 키예프의 시내 중심가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보로넨코프는 푸틴에게 맞서 크림반도 합병에 반대했던 인물이다.
보로넨코프는 목과 머리에 총 서너 발을 맞았다. 총격범도 보로넨코프의 경호원이 쏜 총을 맞았다. 보로넨코프와 총격범은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의 테러”라고 규탄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도 “범인은 우크라이나 국가근위대 대원 출신이며 2014년 러시아에 포섭된 뒤 러시아 정보요원으로 활동해 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일리야 포노마레프 러시아 전 하원의원은 “보로넨코프가 평소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다”며 “이후 우크라이나 보안기관에 보호를 신청했다”고 털어놨다.
현지 수사 당국은 보로넨코프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러시아로 망명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게 살해 동기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의혹을 일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배후설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킬러 정권(우크라이나)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을 러시아 책임으로 덮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과 대척점에 섰던 인물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2015년 2월 모스크바 시내를 거닐다 뒤에서 총격을 받아 숨졌다. 넴초프의 친구이자 반(反)푸틴 활동가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차는 지난달 독극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2013년 반정부 성향의 러시아 사업가 보리스 베레좁스키도 숨진 채 발견됐다.
권준협 기자
‘푸틴 정적’ 망명 중 또 피살
입력 2017-03-24 18:23 수정 2017-03-24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