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안 내놓은 전경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입력 2017-03-24 17:51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4일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이름을 바꾸고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에는 회장단 회의를 폐지하고 신설되는 경영이사회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하며, 조직과 예산을 40% 줄이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부당한 요청에 따른 협찬과 모금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최소한의 소통 기능만 남기고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 기능을 강화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한 허창수 회장이 후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다시 추대돼 만든 개혁안이 싸늘한 여론을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들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조율한 사건은 대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아 전경련의 법적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분명치 않다. 보수단체에 돈을 대 ‘관제 시위’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야당은 즉각 해체를 요구하고 있고, 자유한국당도 조건부 해체 입장이어서 5월 대선 이후 한기련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전경련 창립을 주도할 때의 취지는 기업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전경련이 우리나라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청와대의 요구를 기업에 전달하는 정경유착의 창구 역할을 하면서 본래 취지는 실종됐다. 반기업 정서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연구 결과를 내놓고 여러 사업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만든 당사자가 됐다.

한기련으로 부른다고 환골탈태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혹시라도 정부와 정치권에 로비를 재개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라면 더욱 그렇다. 혁신의 출발점은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공개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감춰둔 비리와 잘못을 다시 제기할 경우 그나마 정립한 새 비전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