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4일 동안 바닷속에 잠겨 있었던 세월호가 마침내 반잠수식 선박에 이르렀을 때 미수습자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3시간30분이 3년처럼 느껴진 여정이었다.
24일 오후 8시30분, 단원고 허다윤양 아버지 허흥환(54)씨는 전남 진도 맹골수도를 빠져나오고선 선적 작업에 들어간 세월호를 바라보며 “곧 딸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가족들의 희비곡선은 계속해서 오르내렸다. 세월호를 선적하기 위한 램프(차량을 싣고 내리는 선체의 문이자 발판) 제거 작업을 전날 오후부터 지켜본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도 잠을 설쳤다. “인양이 잘될 거라고 믿고 기다리겠다”고 했던 가족들은 애써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램프 연결부 4개 중 3개가 제거됐다는 소식에도 ‘조금만 더 침착하게. 조금만 더 신중하게’라고 빌었다. 이날 오전 8시 넘어 램프가 무사히 제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족들은 간만의 차가 적어 물결이 잔잔한 소조기(小潮期)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오르지 못할까 불안해했다. 일반인 미수습자 권재근·혁규 부자의 가족 권오복(61)씨는 세월호가 물 위로 13m까지 올라왔다는 소식에 “해수부 발표가 가족을 들었다 놓고 있다”며 “3년을 팽목항에서 기다렸는데, 배가 올라오긴 하는구나”라고 말했다. 무궁화 2호 갑판에 올라 세월호에서 눈을 떼지 않던 권씨는 오후 2시30분쯤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을 향해 방향을 틀자 선실로 들어가 언 발을 녹였다.
유실 방지에 만전을 다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단원고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9)씨는 “세월호 밑바닥에 유실 방지망을 설치해 유실 방지 대책을 다시 한번 점검해 달라”고 부탁했다.
동거차도에 있는 유가족들도 세월호가 무사히 선적되길 바랐다.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위원장은 “램프를 떼어내느라 인양이 늦어져 아직 안심할 순 없다”며 “목포신항에 완전히 안착해야 끝났단 기분이 들 것 같다”고 했다. 진도=오주환 김영균 이상헌 권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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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마침내 반잠수선 도착하자 미수습자 가족들, 부둥켜안고 오열
입력 2017-03-24 17:55 수정 2017-03-25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