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파 행정장관 선출 초읽기, 홍콩 거리엔 벌써부터 긴장감

입력 2017-03-25 00:00
우쿽힝 전 고등법원 판사, 존 창 전 재정사장, 캐리 람 전 정무사장(왼쪽부터). AP뉴시스

선거 결과는 뻔하지만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26일 실시되는 홍콩의 행정수반인 행정장관 선거 얘기다. 행정장관 선거는 홍콩 각계 대표자로 구성된 1194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다. 선거인단은 친중 성향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이 지지하는 후보가 쉽게 당선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렁춘잉 현 행정장관 밑에서 2인자 정무사장(총리 격)을 맡았던 캐리 람(60)과 재정사장 출신의 존 창(65), 그리고 고등법원 판사를 지낸 우궉힝(70). 명보 등에 따르면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친중파로 분류되는 캐리 람과 존 창 가운데 지지율은 존 창이 62%로 캐리 람(24%)을 훨씬 앞선다. 범민주파 후보인 우궉힝은 7%에 불과하다. 하지만 캐리 람은 선거인단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579명의 추천을 받아 후보에 등록하면서 당선이 유력하다. 존 창의 추천인은 160명이다.

특히 캐리 람은 중국 정부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선에는 큰 이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더장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최근 홍콩 주요 지도층 인사들을 불러 개최한 비공개회의에서 “캐리 람은 당 중앙이 미는 유일한 후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선거 결과가 아니라 선거 후의 민심 동요를 어떻게 막느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선거 당일 투표가 진행되는 완차이 컨벤션전시센터와 사이완 중앙정부홍콩연락사무소 인근에 선거인단보다도 많은 1800여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세 명의 후보와 선거인단을 대피시킬 페리를 인근에 대기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인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은 중국의 선거 개입에 항의하는 거리 시위를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벌일 예정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