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480조 빚더미 69만 가구는 ‘생계형’

입력 2017-03-25 05:00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오른쪽 두 번째)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금융안정회의에서 점검한 금융안정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자의 빚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70만에 달하는 ‘생계형 가구’는 금리 인상이 본격 시작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24일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이 480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전년(422조5000억원) 대비 13.7%(57조7000억원) 늘었다. 자영업자대출은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대출과 이들 개인사업자가 보유한 가계대출로 나뉜다. 개인사업자대출은 308조7000억원, 가계대출은 171조5000억원이다.

이들은 채무상환 능력이 상용근로자보다 떨어진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는 1억1300만원으로 상용근로자 가구(7700만원)의 1.5배 수준이다. 자영업자 가구의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LTI)은 181.9%로 상용근로자 가구(119.5%)보다 62.4% 포인트 높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도 상용근로자 가구(30.5%)보다 훨씬 높은 41.9%다.

특히 소득 하위 40%(1·2분위)에 속하는 생계형이 69만6000가구나 됐다. 빚이 있는 자영업자 가운데 23.8%에 이른다. 이들의 대출금은 42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 대부분은 종업원 없이(62.4%) 음식점(26.7%)이나 소매업(21.6%)을 하고 있다. 이들의 LTI 비율은 220.9%에 달해 채무상환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한편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잔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은 지난해 말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잔액이 289조4000억원으로 전년(255조원) 대비 13.5%(34조4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9.6%)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었다. 상호금융은 단위조합을 통해 제한된 형태의 예금과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으로, 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이 포함된다.

상호금융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정부가 시중은행 가계대출을 옥죄며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호금융도 고객을 늘리기 위해 은행과 대출 금리차를 줄였다. 그 결과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졌다. 상호금융 가계대출의 담보비율이 높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지난해 9월 기준 상호금융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 초과 비중은 66.4%에 달했다. 은행의 지난해 말 LTV 60% 초과 비중(35.9%)의 배 수준이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