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국회, 美 의회 보기 부끄럽지 않나

입력 2017-03-24 17:51
미국 하원이 23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를 강력 규탄하고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개별 의원이 중국의 사드 보복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적은 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을 아우르는 초당적 결의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다음달 초 공식 방미를 앞두고 미 의회가 중국 정부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 성격도 있다.

의원들은 ‘사드 배치 관련 중국의 대한(對韓) 보복조치 중단 촉구 결의안’에서 중국이 사드 배치를 중단시키기 위해 한국 기업과 국민에 대한 비합리적이고 부절적한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의 보복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일 수 있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이 주변 국가들을 ‘조공국(tribute-nation)’ 취급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처럼 미 의회가 결의안까지 내며 중국의 무지막지한 사드 보복을 막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정작 피해당사자인 한국의 정치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바른정당이 보복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다른 당들의 비협조로 처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의 의원 24명은 ‘사드 배치 강행 중단 촉구 및 국회 검증특위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러니 중국 정부가 우리를 우습게 보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것이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롯데가 보복을 당하는 등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과 한국 관광 금지가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음에도 우리 국회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설사 배치에는 이견이 있더라도 자국 기업과 자국민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으면 힘을 합쳐 맞서야 하는 게 정치인들이 할 일이다. 한국 국회가 중국을 규탄하는 초당적 목소리를 냈다면 중국도 지금처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미 의회 보기가 참으로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