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친 일이 너무나 급박해서 즉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이르는 말이 있습니다. ‘초미(焦眉)’입니다. 화급(火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초미는 눈썹에 불이 붙었다는 뜻입니다. 보통 ‘초미의’ 꼴로 쓰이지요.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하는데, 매우 급하고 중요한 관심사라는 뜻입니다.
焦는 참새처럼 작은 새를 불에 그스는 모양의 글자로 그슬다, 태우다, 애태우다 등의 뜻을 가졌습니다. 마음으로 애를 쓰며 속을 태운다는 뜻의 노심초사(勞心焦思)에도 쓰입니다. 초토(焦土)는 불에 타서 검게 된 땅이나 불에 탄 것처럼 황폐해지고 못 쓰게 된 상태를 이르는 말이지요. 불에 다 타버려서 땅이 잿더미로 변한 것이 초토화입니다.
眉는 눈 위쪽에 난 털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눈썹입니다. 눈썹 사이를 미간(眉間)이라 하고,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람이나 작품 내용 중에 매우 뛰어난 부분을 비유하는 말 백미(白眉)에도 있습니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마씨 오형제가 모두 훌륭했는데 흰 눈썹을 가진 넷째 마량이 가장 뛰어났다는 데서 나온 말이지요. 막내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장본인 마속.
꼬인 나라 안 사정에다 덩치 큰 나라들이 대놓고 깔보려는 꼴을 접하면서 우리에게 무엇이 중하고 급한지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눈썹에 불이 붙었습니다.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눈썹에 불이 날 만큼 화급한 ‘초미’
입력 2017-03-2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