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박근혜·시진핑 정권의 출범과 함께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한·중 관계는 2017년 3월 현재 이보다 더 나쁠 수가 없다. 주원인은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강력 대응 때문이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겼고 한국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가 예고돼 있다. 한·중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갈등과 긴장이 조성되고 있지만, 얼마 전 역설적인 장면이 있었다. 지난 22일 오전 10시 인천공항에서 황인무 국방부 차관과 쑨샤오청 중국 민정부 부부장(차관)이 참석한 6·25전쟁 시기 사망한 중국군의 유해 인도식이 있었다. 2014년 첫 인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541구의 유해 송환이 이뤄졌으며 4번째인 올해 20여구의 송환이 있었다. 사드에 가려 그 중요성이 덜 부각되었지만, 인도식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는 향후 양국 관계의 방향 설정에 있어 주목할 만하다.
중국군 유해 인도식은 대통령의 2015년 전승절 기념식 참석과 함께 한·중 관계의 상징이었다. 전승절 참석은 양국 미래 발전을 위한 약속이었고, 인도식은 서로에게 총을 겨누었던 과거와의 화해였다. 그런데 양국 군사교류는 작년 하반기부터 일부 교육연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단됐다. 인도식은 양국 군사교류의 최후 보루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전엔 한·중 관계의 성과로서 강조됐지만 지금은 한·중 관계의 추가적 악화를 막기 위한 이성적 조치로서,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마지막 관계 유지의 채널로서, 관계 회복을 위한 명분 대비로서 그 필요성을 인정한 양측의 암묵적 동의라 할 수 있다.
5월 10일 신정부가 등장하면 한·중 관계의 새 출발은 선결 외교과제가 될 것이다. 인도식은 향후 양국 관계의 새 출발에 적어도 세 가지 유용한 교훈을 준다. 첫째, 이성과 감정을 분리해야 한다. 이번 인도식에서 보듯 양국 군은 겉으로는 상대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 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규모가 매우 커졌고 교류가 다양해졌기에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상충되는 것은 당연하다. 안보 갈등이 경제 갈등으로, 경제 갈등이 안보 갈등으로 확산되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위기관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관계를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아야 한다. 한때 좋아 보였던 것은 국가 간이 아닌 지도자 관계가 좋은 착시현상 때문이었다. 지도자 관계를 국가 관계보다 앞세워 치장할 경우 약간의 어려움에도 국가 관계가 한순간 무너지는 취약성을 확인하였다. 그러면서 서로 지지와 이해를 기대했고 막연한 기대 속에 오해와 서운함이 쉽게 발생했다. 중국어로 ‘신창타이(新常態)’란 성장률 목표는 낮춰 잡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한다. 외교적으로는 ‘서로 감당할 수 없는 기대는 낮춰 잡되 지속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관계로의 전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셋째, 양국 관계를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1992년 수교 때 ‘우호협력관계’를 수립한 이래 거의 5년마다 한 단계씩 관계를 격상했다. 문화적 친밀성, 지리적 근접성과 경제적 상호의존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에 있어 상호 이익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게 역사적 대세인 만큼,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양국 관계의 펀더멘털을 보강하고 갈등과 오해가 발생해도 대화와 소통으로 해소 가능한 신형(新型) 한·중 관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황재호(한국외대 교수·국제학부)
[기고-황재호] 중국군 유해송환에 거는 기대
입력 2017-03-24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