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베 덮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입력 2017-03-23 18:32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이 23일 도쿄 중의원·참의원 양원 예산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가고이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를 통해 100만엔(약 1000만원)을 받았다고 이날 증언했다. AP뉴시스

일본 정계를 뒤흔들고 있는 국유지 헐값 매입 스캔들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국회 증언이 나왔다. 아베는 그동안 의혹을 부인해 왔지만 핵심 인물이 그의 개입을 확인함으로써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NHK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은 23일 중의원·참의원 양원 예산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아키에를 통해 아베의 기부금도 받았다고 밝혔다. 모리토모 학원은 정부로부터 국유지를 사들인 당사자다.

특히 가고이케 이사장은 기부금을 전달받던 당시의 정황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당일이 토요일이어서 (기부금을) 학원 금고에 보관했다가 월요일 우체국에서 송금했는데, 처음에는 아베 신조의 명의를 썼다가 모리토모 학원으로 바꿨다”고 상세하게 증언했다.

총리 부인에게 강연료를 건넸던 사실도 처음으로 밝힌 가고이케는 이번 의혹이 불거지고 난 뒤 아키에로부터 “입막음으로 해석할 수 있는 메일이 왔다”고도 폭로했다. 또 문제의 국유지 취득 과정에서 아키에 측으로부터 받은 팩스 자료를 예산위원회에 제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관여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의혹에 휩싸인 정치인으로 야나기모토 다쿠지 자민당 의원과 아즈마 도루 일본유신회 총무회장, 기타가와 잇세이 전 의원 등을 지목했다.

국회 증언 출석일에 맞춰 공개된 주간문춘과의 인터뷰에서 가고이케는 “아베가 발뺌하는 모습을 보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 혼자만의 일이라면 참을 수 있었겠지만 학원 직원들이 분할 것이라고 느꼈다”며 ‘양심선언’을 결심한 배경을 털어놓았다.

‘아키에 스캔들’에 더해 이날 아베의 또 다른 권력형 비리 의혹도 추가로 나왔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야당인 민진당의 오쓰카 고헤이 의원은 일본의 한 비정부기구(NGO)가 아키에 여사를 통해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오쓰카 의원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마쓰이 산부로 교토대 명예교수가 지난 2월 강연에서 자신이 이사로 있는 일본국제민간협력회의 케냐 위생개선사업 자금 유치를 위해 아키에와 면담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에서 마쓰이는 “그날 바로 8000만엔(약 8억원)의 예산을 얻었다. 이 부부는 ‘핫라인’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또 아사히신문은 아베가 친구의 대학교에 수의학부를 신설하는 데 영향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