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마불사… 급한 불만 끄려 대우조선 지원 강행

입력 2017-03-23 18:49 수정 2017-03-23 21:56

대마불사(大馬不死). 대우조선해양에 또다시 혈세를 투입하기로 결정한 금융 당국의 논리는 역시 ‘큰 기업은 망하게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의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라도 대우조선 도산 시 59조원에 이르는 피해와 5만명이 넘는 고용을 방치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신규 자금으로 최대한 정상화시킨 뒤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공적자금을 환수한다는 복안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자율 채무조정 합의와 대우조선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9000억원을 신규 지원하는 게 골자다. 채무조정 합의가 실패할 경우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 돌입까지 시나리오에 넣음으로써 사실상 배수진을 쳤다. 올 하반기에는 주식시장 상장 재개까지 노린다.

금융위는 이미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의 자금지원 계획을 밝히고 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라 못 박은 바 있다. 현재까지도 국책은행을 통해 3조8000억원을 지원한 상태다. 이 중 3조3000억원이 선박 건조에, 나머지 5000억원이 부채 상환에 쓰였다. 임 위원장은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우조선 (관련해) 말바꾸기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비난을 감수하고 정상화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해운산업 수주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대우조선은 자금 부족 상황에 다시 직면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해 신규 수주가 당초 목표보다 약 100억 달러(약 12조원) 미달했다. 자금 유입은 예상보다 2조원 줄었다. 유가 하락으로 예정된 해양플랜트 인도가 지연되고 지역 부동산 경기까지 침체되면서 예정대로 자산 매각이 힘들어졌다. 당장 다음 달 21일 회사채 4400억원이 만기되는 걸 시작으로 내년까지 회사채 1조5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이외에도 대우조선 역시 총 5조3000억원을 절감하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대우조선의 자구안 이행 실적은 지난해 말 기준 1조6300억원이다. 회사가 2015년 설정한 자구안 전체 목표액(약 6조원)의 27.2% 수준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목표 약 1조4600억원을 약 12% 초과 달성했다”고 말했다. 자구안 완료 기한은 당초 2020년까지로 잡았지만 회사는 내년까지 대부분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앞으로 과정은 가시밭길이다. 조선업계에 만연해 온 저가 수주를 대우조선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무리하게 이어나갈 경우 업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위 발표에 앞서 열린 브리핑 자리에서 “채권단인 산은과 수은이 3개사가 수주한 내용을 전면 검증할 생각”이라면서 “해양금융센터에 의뢰해 누가 저가 수주를 하는지 파악하고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내놓은 채무조정 방안에 회사채 3800억원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은 이달 중 투자관리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심의한 뒤 동의 여부를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내부 절차에 따라 기금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면서도 “한두 푼이 걸린 게 아닌 상황이라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며 여지를 남겼다.

글=조효석 강창욱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