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능성은 낮지만 전혀 배제할 수 없어 준비해야 한다는 스탠스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보복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우려했다.
이 총재는 23일 한은 본관에서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미국 입장을 귀담아 들어보니 환율정책의 투명성을 특히 강조했다”며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화 당국 수장으로서 발언이 조심스러운 듯 이 총재는 “우려 표명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양자 협의를 통해 해지되도록 노력하고, 시장 안정을 위한 최소한 조치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으로 3월 관광객 통계가 20% 내외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여행 숙박업 관광 등 내수 부문과 서비스업의 수출 타격도 우려된다고 했다. 이는 결국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4월 경제전망 점검 때 이 영향을 파악해 필요시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의 규모와 증가 속도에도 이 총재는 여전히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1344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연 11% 증가율을 보였으며, 국제결제은행(BIS)은 “가계부채가 향후 한국 성장에 부담을 줄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정부와 3가지 컨센서스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먼저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 속도를 억제해야 하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낮추는 등 구조를 개선하며, 금리 상승기 취약차주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이주열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낮지만 배제못해”
입력 2017-03-23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