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23일 세월호가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한목소리로 추모 메시지를 내놨다. 대선 주자들도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하면서 순조로운 인양을 기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1072일. 진실이 1미터 올라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라며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되고 미수습자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은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대선 출정식을 24일로 연기했다. 문 전 대표는 전북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인양은 진실규명의 중요한 계기”라며 “집권하자마자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세월호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공언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광주에서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대신 오전 일찍 팽목항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을 위로했다. 안 지사는 인양 관련 뉴스를 시청하다가 갑작스레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인양을) 계기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무엇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광주시의회 기자회견에서 선체 인양을 ‘진실규명의 첫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가라앉아 있던 진실, 구조 지연, 유족·실종자 가족들의 억울함이 밝혀지고 해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여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양이) 왜 3년이나 걸려야 했는지 정말 한탄한다”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미래 계획 수립 등 다음 정부가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상임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무사히 성공적으로 인양해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폭침을 언급하면서 “바른정당은 두 사건을 이념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두 사건 모두 위로하고 포용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는 국가의 책임임을 다시 새긴다”며 “아직 찾지 못한 모든 실종자가 이제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인양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기원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은 세월호 인양이 조기 대선 국면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정부 레임덕의 사실상 시작점이었다. 선체 인양과 진상규명 과정이 공개되면 국민 정서와 대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선체 인양과 조사 작업이 대선운동 기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적폐 청산을 요구해온 야권 후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세월호 인양 후 정권심판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도 보수 진영 후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악재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는 보수층의 막판 결집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세월호 인양과 박 전 대통령 구속 논란 등으로 진영 갈등이 격화되면 보수층의 반발이 표심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대선주자들 ‘일정’ 멈춤 성공 기원·추모 메시지
입력 2017-03-23 18:24 수정 2017-03-23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