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전국 첫 50대 독거남 고독사 사전 예방

입력 2017-03-24 05:00
현행 복지체계에서 혼자 사는 중년 남성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점차 늘어나는 고독사 문제와 관련해 ‘50대 독거남’을 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살 위험이 가장 높은 게 바로 혼자 사는 50대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복지재단이 2016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총 162건의 고독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 사망자가 137건(85.0%)에 달했고 연령대별로는 50대가 58건(35.8%)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7명의 고독사가 발생했던 양천구는 이들 중 남성이 6명, 50대가 3명이었던 점을 감안, 전국에서 처음으로 50대 독거남에 대한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23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설명회를 갖고 “50대 독거남 고독사 예방과 지원을 위해 ‘나비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나비남 멘토단’과 ‘양천 50대 독거남 지원협의체’를 구성하고, ‘재도전지원센터’를 설립해 50대 독거남을 위한 종합 지원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나비(非)’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의미다. 나비남 멘토단은 위험도가 높은 50대 독거남과 일대일 결연을 맺어 친구이자 이웃, 조언자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32개 민·관 기관이 참여하는 지원협의체는 복지기관과 의료기관, 소방서, 경찰서 등 유관기관 간 협력과 지역사회 자원 활용을 통해 통합사례관리를 진행한다. 재도전지원센터는 카페 같은 분위기의 50대 독거남 전용공간으로 일자리, 의료, 주거, 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상담과 정보를 제공한다.

양천구는 지원대책을 마련하기 앞서 지난 2∼3월 ‘50대 독거남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관내 주민등록을 가진 50∼64세 남자 1인 가구 6841명을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벌인 결과, 지원이 시급한 경우가 404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위험도가 특히 높은 96가구를 대상으로 개인별 욕구분석도 별도로 진행했다.

김 구청장은 “50대 독거남의 고독사 비율이 제일 높은데 이분들은 삶 자체에 대한 의욕과 의지가 없어 병에 대한 치료를 포기한 상태”라며 “기본적으로 건강검진이 필요한데 민간과 함께 영양제 등을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분들이 나이가 들어 65세가 되면 결국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며 “중앙정부도 관심을 갖고 지원책 마련에 앞장 설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