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 아동 치료비 年평균 2400만원 지출

입력 2017-03-24 00:00

“태어나 지금까지 63번 수술했어요. 한창 수술할 때는 병원비가 한 달에 5000만원씩 나왔어요.”(식도 관련 희귀질환 아동의 보호자)

중증질환을 앓는 아동 가족의 연평균 의료비 지출액이 2467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증질환 아동이 있는 가구 중 의료비를 연간 1000만원 이상 지출하는 가구의 비율은 40%였다. 한국의 대표적 어린이복지기관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의료비 지원을 신청한 2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중증질환은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 질환 등 네 가지 질환과 이에 준하는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을 대상으로 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어린이 병원비 국가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증질환 아동 가구의 의료비 부담이 큰 이유는 의료비 중 비급여 항목이 많기 때문이다. 아동복지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 한 중중질환 아동의 보호자는 “증상이 너무 심하니까 먹는 약으로는 안 되고 척추에다가 바로 약을 넣자고 해서 배에 기계를 심었는데, 한국에 수입된 지 2년밖에 안 된 기계여서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기계값만 800만원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김윤 교수는 중증질환 아동 가구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비급여 진료비를 급여 진료비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 연구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에서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비급여 진료비는 2008년과 2014년 사이 약 10% 증가했다. 또한 비급여 진료 사전동의제도 등을 마련해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는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은정 아동복지연구소장은 “다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도움의 손길을 신청한 가구인 만큼 전체 중증질환 아동 가구 평균보다 의료비 부담이 클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글=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