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사진) 검찰총장은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오로지 법과 원칙, 그리고 수사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출근길에 기자들 질문에 답한 것으로, 김 총장이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 문제와 관련해 입을 연 것은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총장의 발언을 구속영장 청구방침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이르면 24일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정여론이나 대선정국 등 수사 외적인 요인을 제외하고 본다면 구속영장 청구사유는 충분하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우선 사안이 중대하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수수한 뇌물혐의액만 433억원에 달한다. 법정형이 10년 이상 징역인 중범죄다. 여기에 2기 특수본이 수사 중인 SK와 롯데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까지 뇌물로 판단하면 수뢰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사건과 KEB하나은행 인사 개입, 공무상 기밀누설, 대기업의 재단 출연 강요 등 박 전 대통령에게 지금까지 적용된 혐의만 13가지에 이른다.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이 신문조서를 검토하는 데만 7시간20분을 쓴 이유도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조서가 너덜너덜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 전 대통령이 꼼꼼히 검토했다”고 전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 내용과 각종 증거들을 면밀히 분석 중이다. 삼성·SK·롯데 등의 재단 출연에 뇌물혐의 적용 등 법리적 검토도 병행하고 있다. 특수본은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수사보고서를 작성해 김 총장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소환조사 나흘 뒤에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수사보고서를 제출했다.
공범들과 형평을 고려해도 마찬가지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수뢰 공범 혐의를 받는 최순실씨는 이미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뇌물사안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자들 역시 수감 중이다. 블랙리스트 사안에서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5명이 구속됐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공무상 기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범행의 최종지시자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 구속을 포기한다면 검찰이 어떤 설명을 내놓더라도 궁색할 수밖에 없다.
김 총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최종결론은 이르면 24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내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다음 주 중에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영장이 발부된다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된다.정현수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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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칙대로”… 이르면 24일 朴 영장 청구 결정
입력 2017-03-23 18:36 수정 2017-03-24 0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