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되어버린 ‘엉터리’ 공직자 재산공개

입력 2017-03-23 18:38 수정 2017-03-23 21:45

23일 대법원·헌법재판소·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인 차관급 이상 법조인 233명 가운데 최고 자산가는 지난해 말 158억1896만원을 보유했다고 신고한 최상열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2010년부터 해마다 고위 법조인 중 재산 1위 자리를 지켜오던 그는 지난해에만 진경준 전 검사장에 밀려 2위였다. 진 전 검사장이 지난해 뇌물 의혹으로 특임검사 수사를 받고 해임되면서 최 부장판사가 다시 1위가 됐다.

공개된 자산은 얼마나 정확할까. 최 부장판사가 신고한 재산목록에는 2014년 5월 장남에게 증여한 서울 대치동 S아파트가 있다. 이 아파트는 13억2000만원으로 신고됐는데,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가격으로 공시하는 기준시가다. 국토부가 실거래가로 공개하는 액수보다는 적다. 한국감정원과 부동산업계가 가늠하는 해당 면적 아파트의 매매 시세는 22억5000만원 수준이다.

일관적으로 기준시가만 따르지도 않는다. 최 부장판사는 본인과 배우자가 2014년 3월 사들여 현재까지 소유한 서울 압구정동 S아파트를 20억7500만원이라 신고했다. 매입 당시 지출한 액수를 현재가액으로 신고하면서 ‘실거래가 유지’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감정원은 같은 면적의 이 아파트가 31억원이라고 한다. 지난해 3월 26억원에 매매된 기록도 있다.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가격으로 신고했다면 이 아파트는 15억400만원이다.

1위 자산가의 사례를 살폈을 뿐, 공개된 재산과 실제 가치 사이에 괴리가 있긴 나머지 대다수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 가격으로 주택·토지 등 부동산 재산을 신고토록 하고 있다. 전세가 수준인 공시가격을 내버려두고 높은 액수의 실거래가를 굳이 내보이는 공직자는 드물다는 게 여러 법조인의 설명이다.

결국 공직자들의 재산은 관보에 게재되는 액수보다 좀 더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관보만 보면 1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위 법조인은 5명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숫자가 거액 자산가 대열에 있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재산공개 대상이 되는 고위 법관의 평균 재산은 23억원, 법무·검찰직은 18억원 수준이었다. 검찰 간부들 가운데서는 양부남 광주고검 차장이 50억9290만원을 신고해 1위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주문을 읽고 지난 13일 퇴임한 헌법재판소의 이정미 재판관은 16억원대 재산을 신고했다. 그가 소유한 자동차는 1999년식 쏘나타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