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롭게 진행되던 세월호 본인양 작업이 난관에 부닥쳤다. 세월호 선체의 램프(차량을 싣고 내리기 위한 선체의 문이자 발판)가 열린 것을 뒤늦게 발견하면서 인양 작업이 중단됐다. 램프를 24일 오전까지 제거하지 못할 경우 세월호를 다시 바다로 내려 보내는 최악의 상황도 거론되고 있다. 인양 작업이 최대 고비를 맞은 것이다.
23일 새벽 3시45분. 거대한 두 척의 ‘재킹 바지선’(유압펌프가 설치된 바지선) 사이로 3.2m 길이의 금속 물체가 검은 바닷속에서 고개를 내밀 듯 모습을 드러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의 스태빌라이저(선박 양 측면에 날개 형태로 설치돼 좌우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로 보인다고 했다. 전날 오후 8시50분부터 끌어올리기 시작한 세월호는 밤새 시간당 3m 안팎의 속도로 부상했다. 새벽 4시47분 세월호 선체 전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모습은 참담했다. 1073일간 짠 바닷물과 거센 조류를 힘겹게 버텨냈음을 항변이라도 하듯 붉은 녹을 뒤집어쓴 채 긁히거나 부식된 상처를 드러내고 있었다. 선체에 적혀 있던 ‘SEWOL(세월)’이라는 글씨도 보이지 않았다. 미수습자나 구조물 유실을 막기 위해 잠수사들이 선체 주변에 설치했던 그물망도 모습을 드러냈고, 물과 잔존유를 빼느라 배에 뚫었던 100여개의 구멍 중 일부도 확인됐다.
세월호가 떠오르면서 재킹 바지선 인근도 분주해졌다. 기름 유출을 막기 위해 투입된 16척의 방재선이 주변을 바쁘게 돌았다.
해수부도 이날 오전 11시까지 수면 위 13m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순조롭게 올라오던 세월호는 오전 10시 해저면으로부터 24.4m 지점에서 멈춰 섰다. 세월호 선체의 자세가 달라지면서 재킹 바지선의 와이어와 세월호 선체 간 간섭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와 바지선을 연결하는 1차 고박 작업과 세월호 선체의 자세를 재조정하기 위해 인양 작업을 잠시 중단했다. 바지선과 세월호 선박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난간 케이블 등 인양에 지장을 주는 것들을 정리하는 작업도 분주히 진행됐다.
물 위로 10m 떠 있던 세월호는 오후 5시 또다시 멈춰 섰다. 간섭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잠수사가 좌현 선미의 램프가 열린 것을 확인한 것이다.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 관계자들은 높이 11.5m의 램프를 제거하지 않을 경우 반잠수 선박에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내일 자정 전까지 거치된다면 이번 소조기에도 인양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오후 8시부터 잠수사를 투입해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열려 있는 좌현 선미의 램프를 통해 유실물이 발생할 것을 막기 위해 인양 전에 유실방지망도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24일 오전까지 램프를 제거하지 못할 경우 세월호를 다시 내려놓고 다음 소조기인 다음달 5일 진행해야 한다는 비관적 진단도 나오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전진이 기자
[세월호] 멈춰선 인양… 좌현 램프, 반잠수선에 걸려 최대 고비
입력 2017-03-23 17:43 수정 2017-03-24 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