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영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4차 산업혁명, 기업·근로자 역량 합칠 계기될 것”

입력 2017-03-23 21:13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일자리가 사라지기보단 기업과 근로자가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한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의 반론이다. 오히려 반전의 계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와 노사정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박 이사장은 고용·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17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만난 그는 전문가 입장에서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일자리 감소 전망은 맞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박 이사장은 “고용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를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 “1차를 거쳐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평가도 덧붙였다. 그는 “노무현정부 때 한·미 FTA를 추진하자 마치 큰일이 날 것처럼 얘기했었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양국 모두 이득을 봤고 우리에게는 굉장히 유리한 협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첨언했다. 4차 산업혁명을 차치하고라도 고용 시장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사람’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의 이동이다. 공단에서 시행하는 ‘일학습병행제’도 변화에 대응하는 사례 중 하나다. 일학습병행제란 중소기업에 취업한 근로자들이 업무 시간 일부를 할애해 직무 관련 교육을 받는 제도다. 공단은 근로자들의 임금 일부분을 중소기업에 보조하는 형태로 제도를 운영 중이다. 2013년 시행 당시만 해도 51개 기업 17명의 학습 근로자가 참여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제도 시행 4년차인 지난해 기준 참여 기업은 9700여곳, 학습근로자는 누적치로 3만8000여명까지 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된 근로자를 얻고, 근로자들은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물론 이직이 잦아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근로자들이 떠날까봐 걱정하는 기업들이 있다”며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정착되면 A기업에서 B기업으로의 수평 이동이 더 많아진다. 국가적으로 인력 풀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더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만 가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 방안도 이러한 고용 시장 변화에 대한 적응과 도전에서 찾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박 이사장은 “너무 좋은 직장만 보지 말고 우선 일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며 “다만 국가 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사다리를 놔줄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역할을 공단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