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개시까지 침몰 이후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박근혜 정권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정부의 부실한 준비와 그에 따른 작업 방식 변경이 인양 시점을 늦어지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 수색작업이 장기화되고 선체 인양 논란이 계속 벌어지는 상황을 상당히 불편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 방침을 곧바로 확정하지 않은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담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참모들은 2015년 박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선체 인양 방침 발표’를 건의했다고 한다. 전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참모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지만 대통령이 이를 바로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참모들이 이후에도 수차례 건의한 뒤에야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4월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실종자 가족, 전문가 의견 및 여론을 수렴해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나오기까지만 침몰 이후 1년에 가까운 시일이 걸렸다.
같은 해 8월 4일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업체로 중국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을 최종협상자로 결정했고, 보름 뒤 세월호 인양을 위한 수중조사가 개시됐다. 이때만 해도 정부는 인양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1년으로 예상해 발표했다.
2016년 들어 세월호 인양 준비는 속도를 내는 듯했다. 그러나 기상조건이 악화됐고, 수중에서 선수를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선체가 부서지는 사고도 났다. 여기에 겨울철까지 찾아오자 해수부는 인양방식을 변경하기도 했다. 사전조사 부족으로 해저면 굴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초 지난해 11월 완료 예정이었던 리프팅빔 설치는 연말에야 끝났다. 이에 세월호 인양 예정 시점은 ‘2016년 7월→8월 이후→2016년 내’로 계속 연기됐고, 결국은 올해 3월이 되어서야 인양이 개시됐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규모의 업체들이 세월호 인양 계획서를 제출했음에도 경험이 부족한 상하이샐비지가 선정된 것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술력이 뛰어난 네덜란드 업체의 입찰가격이 정부가 예상한 금액보다 높아 상하이샐비지를 선정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정도의 거대 선박을 통째로 들어올린 경험을 가진 업체는 어차피 없다”면서 “오히려 상하이샐비지는 신생 기업이라 최신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 각국의 사례를 봐도 맹골수도처럼 험한 해역에서 완전히 가라앉은 세월호 크기의 선박을 선체 절단 없이 인양한 경우는 파악되지 않는다.
세종=유성열 기자, 남혁상 기자 nukuva@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3년이나 걸린 세월호 인양… ‘박근혜 탄핵’ 기다렸나
입력 2017-03-23 17:36 수정 2017-03-23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