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한국시간) 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의 결승전이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LA다저스타디움. 9회말 미국의 마무리투수 데이빗 로버트슨(화이트삭스)이 우승을 확정 짓는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더그아웃에서 명예회복의 순간만을 기다렸던 미국 선수들은 모두 마운드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 인형을 마운드 위에 놓고 환호했다. 마치 한국이 2006년 제 1회 WBC 대회 2라운드에서 일본을 꺾은 뒤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은 장면을 연상케했다.
미국 선수들은 우승 모자를 쓰고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꿈에 그리던 WBC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미국이 2017 WBC 결승에서 푸에르토리코를 8대 0으로 꺾고 4번째 대회 만에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미국은 역대 WBC에서 ‘초호화 군단’이라는 수식어와 달리 우승을 하지 못해 야구종가의 자존심을 구겼다. 2009년 2회 대회에서의 준결승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2006년과 2013년 1, 3회 대회 때는 결승 라운드에도 오르지 못해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미국 대표팀은 4번째 WBC에서 필승을 다짐했다. 선수들은 야구와 미국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똘똘 뭉쳤다. 미국프로야구(MLB) 정규시즌 개막을 앞둔 시점이었지만 무너진 미국의 자존심을 세우고자 너도나도 앞다퉈 WBC 참가를 선언했다.
존스는 지난달 WBC 개막 전 “미국이 우승하려면 선수들이 서로 잘 알고 동료애를 키워야 한다”며 ‘합동훈련’을 제안하는 등 우승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존스는 대회 기간 동안에도 동료들 사이에서 특유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발휘해 단합을 이끌어냈다.
미국 선수들은 지난 7일부터 대표팀 생활을 통해 단결력을 키웠다. 잘 몰랐던 서로의 성격이나 장점 등을 파악했고, 그동안 쌓여왔던 오해도 풀었다. 이들은 같은 리그에 속해 있으면서도 대부분 다른 팀이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이름과 ‘우승’이라는 목표 아래 하나가 됐다. 한마음 한뜻으로 모인 미국은 투타의 완벽 조화를 이뤄내며 이날 역대 WBC에서 가장 미국다운 경기를 펼쳤다. 결승전에서 미국 타자들은 장단 13안타로 푸에르토리코 마운드를 매섭게 두들겼다.
미국 선발투수 마커스 스트로먼(토론토)은 6회까지 노히트를 달성한 뒤 7회 2루타 1개만 내주는 등 푸에르토리코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스트로먼은 자신의 어머니가 푸에르토리코 출신임에도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선택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가슴에 성조기를 달고 조국을 위해 뛰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트로먼은 이번 대회 3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2.35로 활약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흥행도 성공적이었다.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의 결승전을 찾은 관중수는 5만1565명으로 집계됐다.이번 대회 전체 관중수는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었다.
푸에르토리코는 3회 대회에 이어 연속 준우승에 그쳤으나 아름다운 패배의 정석을 보여줬다. 미국 선수들이 얼싸 안고 기쁨을 나누는 동안 더그아웃 앞에 일렬로 서서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이를 본 현지 관중들도 푸에르토리코 선수단을 향해 격려의 박수로 화답했다.
푸에르토리코는 대회 우승을 위해 선수 전원이 금발로 염색을 하는 등 뜨거운 애국심과 단결력을 보여줬다. 경기 전에는 더그아웃 앞에 옹기종기 모여 기도를 하며 승리를 기원했다. 카를로스 벨트란(휴스턴), 야디어 몰리나(세인트루이스) 등 베테랑들은 어린 선수들과 소통하며 신구조화를 일궈냈다. 푸에르토리코는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지만 7전 전승으로 결승에 오르는 등 화끈한 전력과 팀워크를 과시했다.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WBC] 3전 4기 끝에 야구 종가 ‘이름값’
입력 2017-03-23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