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조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자구책 이행하라

입력 2017-03-23 17:26
채권단이 신규 자금 2조9000억원과 채무를 주식으로 바꿔주는 출자전환을 통해 6조7000억원을 대우조선해양에 지원하기로 한 것은 고육지책이라고 본다. 대우조선은 다음달 440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1조5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수혈하지 않을 경우 부도가 불가피하다. 직간접 고용인원이 5만명에 달하고 도산 시 59조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대마(大馬)를 죽일 수 없는 정부와 채권단의 절박한 심정은 십분 이해가 된다. 대우조선 처리를 다음 정권으로 넘기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렇게 하면 직무유기”라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대우조선 때문에 4월 위기설이 나올 정도로 급박한데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으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한다고 대우조선이 살아날 가망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조선업황에 기대야 하는 ‘천수답’ 신세이다 보니 누구도 대우조선의 회생을 장담하지 못한다. 내년부터 조선업 환경이 나아진다고 하지만 개선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을 지원할 때도 조선업 시황이 개선돼 지난해 115억 달러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는 15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자구 노력도 부진하다. 2015년 5조원의 분식회계가 드러난 뒤 자금 지원 대가로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등을 통해 5조4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계획을 세웠지만 지금까지 1조8000억원만 이행됐다. 조선소가 있는 경남 거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매각이 쉽지 않은 데다 수주받은 선박을 건조할 인력을 남겨놔야 하기 때문에 급격한 인력 감축도 어렵다. 그렇더라도 1년 반 전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는 약속을 뒤집고 혈세를 또 쏟아 부으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만든 대우조선 비리 경영진에 대한 단죄와 함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 3조원의 손실을 알고도 2조2000억원을 대출해준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과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비리를 눈감아주고 이권을 챙긴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