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1073일 만에 바닷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다음달 5일쯤 세월호는 전남 목포 신항에 거치될 것이다. 워낙 까다로운 작업이므로 세월호를 안전하게 육지에 올릴 때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이후에는 미수습자 9명의 유해와 유품을 수습하는 일을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우리 사회는 세월호를 인양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쟁을 벌일 정도로 극심하게 갈라졌다. 분열된 양측은 서로 상대편에게 “정치적으로 세월호를 이용한다”고 손가락질하며 무책임한 선동을 일삼았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포장돼 유포됐다. 그러는 가운데 정작 해야 할 일은 뒷전으로 미뤘다.
우선 인양된 세월호 선체를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분석해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온갖 음모론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세월호가 잠수함과 충돌했다면 당연히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화물칸에 어떤 물건이 실렸는지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복원성 부족 및 화물 고정 불량’이라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규명한 세월호 침몰 원인도 구체적으로 다시 검증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이 지난 3년 동안 제대로 정비됐는지를 살피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세월호는 단순한 해상사고가 아니다. 476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바다에 가라앉는 모습을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면서도 그 안에 있던 304명을 구하지 못한 사건이다. 재난 상황에서 정부의 대처능력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쌓였던 온갖 비리가 있는 그대로 노출된 참사다. 때문에 정부는 해양경찰청을 폐지하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고, 사회 곳곳에서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세월호 이후 획기적으로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세월호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았던 컨트롤타워의 지휘체계와 재난구조 시스템이 지금은 온전하게 가동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얼마 전 고장난 지하철 객차 안에서 “잠시 기다리라”는 방송을 듣고 승객들이 모두 선로로 뛰어내린 사건이 말해주듯 위급한 재난 상황에서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의 불신도 개선되지 않았다.
5월 대선으로 출범할 새 정부는 바로 이런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갈라놓았던 극단적인 갈등을 해소하는 길이다. 벌써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인양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상처를 헤집으며 갈등을 부추겨 이익을 보려 한다면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세월호 인양은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로 거듭나고, 갈라졌던 힘이 하나로 모아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사설] 세월호 인양, 아픔과 반목 치유하는 출발점이어야
입력 2017-03-23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