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기영] 이미지 정치… 보여 질 것인가, 보여 줄 것인가

입력 2017-03-26 18:50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정치인의 주요 자산 중의 하나는 대중에 비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경우 정치현안 및 정책과제의 복잡다단함으로 말미암아 대중적 이미지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바야흐로 현대 정치는 누가 유권자의 기대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해진 이미지 정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된 것은 인과를 떠나 정치사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미지 정치의 본질에 대해 의미 있는 성찰의 기회라 여겨진다. 탄핵심판 과정 중 곧잘 인용됐던 미국의 닉슨과 클린턴 대통령 사례를 살펴보자.

닉슨 대통령은 대통령 캠페인 과정에서 전임자인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 전쟁 중 불거진 부정직함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국민들에서 모든 정치 과정을 명백하게 밝히겠다는 공약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물론 몇몇 굵직한 외교적 성과를 거뒀으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 여론은 그의 정직한 이미지를 무너뜨리며 불명예 퇴진을 했다.

반면 클린턴의 경우 화이트워터 게이트서부터 성추문 스캔들까지 불거지며 홍역을 치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성추문 스캔들은 기존에 대중들이 클린턴에 대해 갖고 있던 자유분방함이라는 이미지만 재확인하며 개인 사생활의 일탈 정도로 인식됐을 뿐 결국 탄핵안은 부결됐다. 그 이면에는 높은 GDP 성장과 함께 미국의 경제 호황을 이끈 클린턴의 리더십에 대한 대중들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다. 결국 대중적 이미지의 호불호에 따라 명운이 갈린 것이다.

정치 심리학은 대통령의 이미지 형성이 행위자에 따라 달리 형성된다고 분석한다. 먼저 언론은 현재 모습에 집중한다. 어떤 발언을 했으며, 어떤 정치적 결정을 내렸는지 주목하며 대통령의 이미지를 생성, 대중에게 각인시킨다. 다음으로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대통령이 가진 정치적 자산에 주목한다. 대통령이 가진 정치적 자산이 많을수록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주면서 보다 더 긍정적인 이미지가 전달되도록 조직화한다. 일반 유권자는 대통령의 지난 언행에 주목하며, 과거의 특정 정치적 행동들을 장기간에 걸쳐 현재 이미지에 투영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종종 일반 유권자의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 형성은 “slow to anger and ready to forgive”로 일컬어진다. 즉 일반 유권자에게 대통령의 이미지는 가장 느리게 결정되며 가장 너그러운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적 이미지가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필수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형성과정이 누적되며 동시에 점차 그 자체로 지향점을 제시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는 국론을 모으고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광화문 광장에서 밝힌 것은 단순한 촛불이 아니다. 선거의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보여지기 위한 이미지가 아니라, 진실로 헌법 가치를 수호하며 국민의 희망을 북돋아줄 새로운 대한민국의 정치 이미지 상을 밝힌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 이미지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다르지 않다는 열망을 밝힌 것이다.

한기영 동국대 정치학과 겸임교수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