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가산점제’ 불임·비혼자 역차별 논란

입력 2017-03-24 05:00
저출산 극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출산(다자녀) 승진 가산점제’가 불평등 논란을 낳고 있다. 가산점 부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혼, 무자녀 공무원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자녀를 출산한 교원에 대해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올해 승진 가산점 부여와 관련해 공청회 등을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이르면 내년에 이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자녀 한 명당 몇 점을 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자녀수가 승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우리복지시민연합과 전교조 대구지부 등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비혼 교원이나 자녀를 가지지 못하는 교원 등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막대한 사교육비, 안정적인 보육시설 미흡, 경제적 어려움 등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출산 가산점이 출산율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타당한 근거가 없다”며 “비혼, 난·불임 교원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대구시교육청의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전국 17개 교육청 중 출산과 관련해 승진 가산점을 주는 곳은 제주도교육청 한 곳뿐이지만 대구와 경북교육청 등 이 방안을 검토하는 교육청이 점차 늘고 있어 불평등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출산 가산점제 등이 고려되고 있지만 역차별 논란 때문에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북 음성군의 경우 2015년 12월부터 다자녀 공무원에 가산점을 적용했지만 불평등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시행 8개월만인 지난해 8월 사실상 이 제도를 폐지했다.

지난해 다자녀 가산점제를 도입한 전북도에서도 내부적으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제도를 시행하기 전 이미 세 자녀를 둔 공무원은 가산점 부여 대상에서 제외돼 이를 수정할 것을 노조에서 요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일부에서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불평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다자녀 가산점제 등의 도입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출산 휴가자에 대한 경력 인정 등 출산, 다자녀 공무원을 위한 다양한 혜택이 있는 상황에서 승진 가산점까지 주게 되면 불평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