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지형은] 고백교회가 일어난 까닭

입력 2017-03-23 17:27

세습하는 교회가 펴는 논리는 크게 둘이다. 첫째는 세습이 ‘성경적으로’ 정당하다는 것, 둘째는 ‘현실적으로’ 그중 교회에 가장 유익하다는 것이다. 명성교회의 경우 세습이 성경적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명성교회가 소속돼 있는 장로교(통합) 교단 헌법이 세습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교회법의 근거가 성경이다. 그래서 명성교회는 ‘교회 합병이라는 절차를 거쳐’ 세습을 진행하고 있다. 누가 봐도 편법이다.

명성교회가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후임자로 세우는 과정에서 내세우는 논리는 두 번째다. 명성교회 담임목사청빙위원회 위원장 김성태 장로 명의로 지난 3월 19일에 배포된 ‘명성교회 후임목사 청빙 관련 경과 설명과 입장 표명’이란 유인물에 이 점이 분명하다. “명성교회 청빙위원과 당회원들은 후임목사 청빙과 관련하여 1년4개월 동안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기도한 끝에 명성교회 신앙 공동체의 장기적인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결과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교인들에게 총의를 물어 김하나 목사를 후임 담임목사로 결정하게 된 것임을 알려드리면서 명성교회에 관심을 가져준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깊은 이해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교회에서는 ‘성경적으로’ 어떠냐가 중요하다. 명성교회의 상회인 동남노회에서 세습을 반대하는 목회자들이 3월 22일 성명을 통해 이 점을 단언했다. “엄연히 세습인 것을, 합병이라는 ‘거룩한 합일’을 악용하여 변칙 세습을 하고자 한다면 이는 합법을 가장한, 편법보다 무서운 불법입니다. 이는 묵과할 수 없는 하나님 앞의 범죄행위입니다. 합병한다 해도 세습은 세습입니다.”

교회가 병들고 타락하면 성경적인 기준이 약해진다. 현실적인 판단이 우선순위가 된다. 그러다가 비기독교 심지어 반기독교적인 생각과 행태가 어느새 버젓이 교회 중심을 차지한다. 히틀러와 그의 제국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표본적인 악이다. 그런데 독일 교회가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1933년에 독일 교회가 발표한 내용을 모아서 인용한다. “그리스도는 히틀러를 통하여 우리에게 오셨다. 모든 민족에게 그러하셨던 것처럼 우리 민족에게도 하나님께서 특별한 종류의 법을 주셨다. 이 법은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와 그에 의해 이룩된 국가 사회주의에서 그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히틀러와 국가 사회주의가 독일 민족을 그리스도의 교회로 만들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자 성령의 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에서 고백교회가 일어난다. 1934년 5월 29∼31일 독일 바르멘에서 열린 고백교회 총회에서 6개 항목의 바르멘선언이 발표됐다. 제1항목이 이렇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양의 우리에 문으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다른 데로 넘어가는 자는 절도며 강도요 … 성서에서 증언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들어가야 하며 사나 죽으나 신뢰하고 복종해야 할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이다. 우리는 마치 교회가 그 선포의 원천으로서 이 유일한 하나님의 말씀 이외에 그리고 그와 나란히 다른 사건들, 권세들, 형상들 및 진리들도 하나님의 계시로서 인정할 수 있고 인정해야 하는 것처럼 가르치는 그릇된 가르침을 배격한다.”

66권 성서가 하나님의 특별계시다. 그 심장이 예수 그리스도 사건이다. 이것이 기독교의 중심이다.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어느 집단의 합리적인 유익 등은 다음이다. 말하자면 일반계시의 관점이다. 일반계시가 특별계시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서는 것을 알고도 방치하면 반기독교다. “교회 신앙공동체의 장기적인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은 매우 위험하다. 복음의 말씀과는 다르다. 그릇된 가르침이다. 세월호는 떠오르는데 교회는 잠기려는가.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