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의 정치인인가, 배신의 정치인인가.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사진·자유한국당, 부산 사하을)에 대한 이야기다. 보수 성향의 부산에서 진보 정당 소속으로 3선을 하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으로 옮겨 4선에 성공한 조 위원장의 이력을 두고 충분히 나올 만한 이야기다.
지금까지의 정치 이력을 꼼꼼히 따져보면 조 위원장은 분명 소신의 정치인이다. 부산에서 진보 정당 소속으로 꿋꿋이 정치를 해온 것뿐 아니라 그의 정치활동 전 과정에서 그런 흔적이 역력하다.
조 위원장은 야당에서 정치를 하면서도 자신의 보수 성향을 감추지 않아 당내 강성 정치인들과 곧잘 충돌했다. 이석기 통진당 의원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커밍아웃하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지난해 소속 정당을 바꾼 것도 어쩌면 그의 소신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내 비주류로서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강한 비판을 이어가다가 징계를 받은 게 계기가 됐던 것.
어쨌든 그는 지금 4선의 기재위원장으로 거물급 정치인이다. 하지만 예전 야당에서도 그랬지만 현재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그의 당내 기반은 약하다. 결국 이번 대선 경선에 나섰다가 컷오프됐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다.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이틀 뒤 납세자가 해외에 있는 동안 국세징수 시효를 정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부산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조 위원장은 13대 총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를 도와준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해 우여곡절의 정치 여정을 걸어왔다. 지난 22일 국회 본관 그의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나눴다.
-여당 의원으로 1년간 지내온 소감은.
▶야당에서 여당으로 옮겨와 지난 1년간 나름대로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다. 4선의 기재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애썼다. 아무래도 선수가 많아질수록 국가와 국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특히 위원장을 맡아 한국 경제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됐고, 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다보니 우리 경제가 앞으로 연속성 있고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것인가 하는 염려와 번민도 많아졌다. 우리 국민들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섰다가 실패했는데.
▶정치인은 누구나 국가를 경영하고 싶은 뜻을 품고 산다. 나는 노점상에 대한 지나친 단속 모습을 보며 정치에 뜻을 품었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정치를 시작했고 이번 대선 출마도 그런 차원이었다. 보통 정치인은 밀어주고 당겨주는 끈이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런 끈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내 소신대로 정치를 할 것이다.
-당내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인데,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법은.
▶많은 국민들이 왜 대통령의 탄핵을 원하고 분노하며 촛불집회에 나섰는지를 정치인들이 좀 더 반성하며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권력을 잡기 위해, 내 주변 사람들을 출세시키기 위해 대권을 잡겠다는 그런 욕심에서 출발한다면 지금 당장 그만둬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실패의 길을 걷게 된 것을 성찰해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음 대통령은 개헌을 전제로 5년 임기가 아닌 한국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기틀을 마련한 가운데 자진사퇴하는 3년 대통령이 돼야 한다.
-최근 사드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압박이 심한데, 기재위원장으로서 어떤 마음인가.
▶사드문제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주권국가로서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경제문제와 안보문제는 별개다. 그것을 하나로 본다면 중국은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소국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 한 나라의 안보문제는 그 나라의 문제다. 주제넘게 대한민국의 안보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안 된다. 가소롭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제도가 다르다. 우리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다. 그럼에도 교류를 하는 것은 경제와 안보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의 현대화에 많은 도움을 줬다. 우리나라 많은 기업이 투자를 하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중국인 70만명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이주노동자로 생활하고 있다. 은혜를 원수로 갚으면 안 된다. 사드는 우리나라가 북한의 핵무기에 대항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이다. 시진핑 주석에게 한국에 핵미사일을 배치하길 바라는지를 묻고 싶다. 평소 주장했듯이 다자경제 외교를 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 등 시장은 넓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보다 임금도 싸고 기술도 좋고 더 성실한 나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엇보다 주거문제다. 특히 수도권에 사는 젊은이들은 주거문제를 1순위로 꼽는다. 나는 토목공학 박사로서 십수 년 전부터 이 고민을 했다. 사회초년생, 1인 가구, 신혼부부, 대학생 등을 위해 스마트 국민임대아파트를 많이 보급해야 한다. 기존의 임대아파트와 달리 도심에 ICT를 접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바일과 스마트그리드도 접목시킨 최첨단의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안보문제다. 많은 대선주자들의 안보개념이 의문스럽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 청년들이 군대를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군대 가면 썩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랬었다. 그래서 21세기형 스마트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군 생활 2년을 일종의 인턴십 과정처럼 만드는 것이다. 체력도 기르고 각자의 적성에 맞는 기술을 익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가 소박해야 국민이 숨을 쉰다’는 말이 있다. 정치가 이념 대결하고, 서로 속이고, 부패하다 보니 국민의 마음이 편치 못하다. 결국 우리 사회 여러 문제의 정점은 정치라고 본다. 이번 탄핵국면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단순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 부정함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여야 정치인들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더 이상 역대 정권의 잘못된 행태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우리나라 모두가 다함께 모두 잘사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가야 한다. IMF 이후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부를 생산됐지만 제대로 분배가 되지 않았다. 이 책임은 여야가 모두 가지고 있다. 이 문제를 이젠 해결해야 한다. 국민들이 힘과 용기를 내기를 바란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ukinews.com
[국회 초대석] 조경태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정치가 소박해야 국민이 제대로 숨쉰다”
입력 2017-03-26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