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늙은 여우’를 조심하라

입력 2017-03-23 00:00
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월 10일 중국 난닝의 광시 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2017 차이나컵’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리피 감독은 23일 치르는 한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늙은 여우를 조심하라.”

한국 축구 대표팀에 내려진 특명이다. ‘늙은 여우’는 마르첼로 리피(69·이탈리아) 중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별명이다. 그는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인정할 정도로 노련한 명장이다.

리피 감독은 23일 오후 8시35분(한국시간) 중국 창샤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어떤 묘수를 들고 나올까.

중국축구협회는 지난해 10월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가오훙보 감독의 후임으로 리피 감독을 영입했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에 우승컵을 안긴 리피 감독은 2012년부터 3년간 광저우 헝다를 이끌며 리그 3회(2012·2013·2014), FA컵 1회(2012), AFC 챔피언스리그 1회(2013) 등 총 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은 리피 감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월 중국과 칠레,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가 참가한 ‘2017 차이나컵’을 개최했다. 하지만 슈퍼리그 구단들이 공식 A매치 기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수 차출에 난색을 보여 리피 감독은 2군으로 대회를 치렀다. 리피 감독으로서는 별 소득이 없었던 대회였다.

리피 감독은 5백을 주로 썼던 가오훙보와 달리 공격적인 4-3-3으로 포메이션을 정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리피 감독도 가오 전 감독처럼 광저우 헝다 소속 선수를 대거 발탁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정즈, 정청, 가오린, 펑샤오팅, 장린펑, 황보원, 메이팡 등 7명의 광저우 헝다 선수들이 리피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리피 감독은 수비라인과 중원을 대부분 광저우 헝다 선수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표팀은 사실상 광저우 헝다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중국은 수비력은 괜찮은 편이지만 공격력이 부실하다. 한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2골을 넣은 뒤 5차전까지 4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약팀이 강팀을 꺾을 수 있는 무기 중 하나는 세트피스다.

리피 감독은 한국전에서 필살기로 세트피스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세트피스 상황을 허용할 경우 경계해야 할 선수는 중앙 미드필더 하오준민(산둥 루넝)이다. 하오준민은 한국과의 1차전에서 후반 33분 직접 프리킥으로 중국의 두 번째 골을 넣었다. 또 중국의 첫 득점 상황에서도 크로스로 유하이의 골을 이끌어냈다.

중국은 2무3패로 A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은 남은 5경기의 목표를 본선 진출이라는 기적이 아니라 자존심 회복으로 잡았다. 중국은 리피 감독이 1, 2경기를 승리로 이끌어 추락한 자존심을 끌어올려 주길 원하고 있다. 한국과의 홈경기에서 이기고 이란과의 원정경기에서 비겨 승점 4를 따내는 것이 중국이 바라는 최상의 결과다. 리피 감독은 5위 카타르와의 5차전(0대 0 무) 때 공격에 치중했지만 한국전에선 선수비-후역습 전술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잃을 것이 없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리피 감독은 22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싸우겠다”며 “중국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국내 선수들의 컨디션이 약간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23일 경기 전에는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