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이다. …나는 내 인생을 내 힘으로 충분히 살고 있다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책을 몇 백권 읽어도 터득하지 못한 진리가 50시시짜리 소형 오토바이에 담겨 있었고, 그것은 불과 몇 킬로미터만 달려도 몸에 배어들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마루야마 겐지(74). 그는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 근무하면서 쓴 ‘여름의 흐름’으로 1966년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이듬해 이 작품으로 일본 대표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로 받았다. 이후 소설 ‘달에 울다’ ‘물의 가족’, 산문집 ‘나는 길들지 않는다’ 등을 내며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그에겐 특이한 취미가 있다. 30대 초반에 알게 된 오토바이를 타고 낯선 세계를 그야말로 폭주하는 것이다. 그는 출판사의 의뢰로 호주의 사막을 질주하고 케냐의 사파리 랠리를 취재하는 여행을 떠났다. 노르웨이와 카우보이의 로망이 남아 있는 미국 서부를 달리기도 했다. 늘 대자연의 먼지 날리는 오프로드 바이크와 함께였다.
작가는 “도시의 시간은 나의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포장된 길을 달려서는 들끓는 피를 잠재울 수 없다.”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인간들에 둘러싸여 똑같은 나날을 보내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짓이다.”
때론 목숨을 거는 위험한 여행이지만 그런 스릴을 즐기는 격정이 그에게 있다. 이는 그의 문학적 DNA이기도 하다. 한 문학평론가는 그의 데뷔작 ‘여름의 흐름’에 대해 “‘이 세상이 과연 살아가기에 가치가 있는가’하는 무거운 문제를 거리낌 없이 묻고 있는 작품”이라며 그를 ‘도로의 사자(死者)’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여행기에는 그런 생득적인 야성을 발산하면서 달리고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온몸의 피가 끓는다. 기분이 좋다. 더 없이 좋다. 사막에서는 어디를 달리든 자유다.”
그에게 위험과 속도를 즐기는 행위는 단순히 치기 어린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문학적 의식이다. 살아있다는 자각과 내 몸이 내 것이라는 자유를 느끼는 행동이다. 이런 의식을 통해 ‘마루야마 겐지’가 되어 간 것이다. 이 여행들이 오늘의 작가를 만들었다.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질주하고 점프하며 때로는 사자처럼 포효하는 그의 여행기는 도시의 일상에 갇힌 우리의 억압된 감각을 일깨운다. 책을 덮을 즈음, 그의 뜨거운 여행에 전염이 돼 자전거에라도 몸을 싣고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르겠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책과 길] “똑같은 나날은 어리석은 짓”
입력 2017-03-2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