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에서 벗어나야 여행” 파리 여행기 ‘할매는 파리여행으로 부재 중’ 출간 60대 블로거 김원희씨

입력 2017-03-24 05:01
‘할매는 파리여행으로 부재 중’을 펴낸 김원희씨가 2013년 이탈리아 나폴리를 여행할 때 찍은 사진. 김원희씨 제공
김원희(67)씨는 50대 초반에 처음 유럽 여행을 떠났다. 친구 10여명과 2년간 부은 곗돈으로 9박11일간 핀란드 스웨덴 등지를 둘러보는 여정이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첫 유럽 유행이었기에 학수고대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북유럽의 모든 것을 느껴보겠노라 다짐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여행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패키지여행이 대부분 그렇듯 한국인 수십 명과 단체로 버스를 타고 관광지를 돌아다녔는데, 여행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었다. 어디를 가든 사진 찍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했다. 김씨는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다짐했다.

3∼4년 뒤 그는 결심을 실천에 옮겼다. 직장인이던 딸과 체코와 오스트리아 등지를 여행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개국 넘는 나라를 돌아다녔다. 최근엔 파리 여행기를 담은 ‘할매는 파리여행으로 부재 중’(봄빛서원·책표지)까지 펴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명실상부한 ‘여행 베테랑’으로 거듭난 것이다.

부산에 살고 있는 김씨는 최근 본보와 통화에서 “책까지 내게 돼 쑥스럽다”며 웃었다. “책이 많이 안 팔려 출판사에 피해를 줄까 걱정이에요. 저처럼 나이 드신 분들은 자유여행을 어렵게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여행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게 자유여행입니다.”

책에는 김씨의 여행 철학이 군데군데 녹아 있다. 가령 그는 프롤로그에 여행의 정의를 이렇게 적었다. ‘여행전문가들이 하는 수준까지야 아니더라도, 최소한 늘 하던 습관적인 행위에서 벗어난 새롭고 독립적인 행위들이 있어야 여행이다.’ 앞으로도 여행을 하며 여생을 즐기겠노라 다짐하면서 독자에게 여행을 독려하는 문장도 담겨 있다. ‘내 남은 인생, 저 길들을 가보리라. 누구에게도 떠밀리지 않는, 시간에도 떠밀리지 않는, 나만의 시간으로 나만의 걸음으로. 이 책을 읽는 젊은 친구들, 내 또래, 혹은 인생 선배들 모두 한 번뿐인 인생이 즐거운 여행과 그 추억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김씨는 네이버에 여행 블로그 ‘할매는 항상 부재 중’을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예명은 ‘맑고맑은’. 책 저자명에도 그는 자신의 이름 대신 이 예명을 갖다 썼다. 책은 친구와 함께 2012년과 2014년, 2016년 떠난 프랑스 여행기다. ‘젊은 언니의 유쾌발랄 프랑스 정복기’라는 부제가 달렸다.

“동년배 독자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거예요. 영어 못한다고 주눅 들지 말라는 것. 저도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엔 무서웠어요. 하지만 영어를 못하더라도 다 뜻이 통하더군요(웃음).”

김씨는 다음 여행지까지 정해놓고 있었다. 올여름 러시아로 날아가 발트해 연안을 둘러볼 예정이다. ‘할매’의 여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꼭 가고 싶은 여행지를 묻자 그는 “언젠가 남미를 여행하고 싶다”며 웃었다.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