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정부가 국제 테러단체의 ‘배터리 폭탄’ 테러 위협을 포착하고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 출항하는 항공편에 대해 기내 전자기기 반입을 금지했다.
22일(현지시간) CNN방송은 테러단체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노트북 등 전자기기 배터리에 폭발물을 숨기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첩보를 미 정보 당국이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테러단체가 폭발물을 전자기기에 숨기는 수법을 활용해 여객기를 지속적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도 휴대용 전자기기에 숨길 수 있는 폭발물을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폭탄이나 전자장치는 전자기기의 배터리나 전기회로로 위장하기 쉽다.
전날 미 국토안보부는 중동·북아프리카 이슬람권 8개국(요르단 이집트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모로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공항 10곳에 취항하는 9개 항공사의 자국행 항공편에 대해 일부 전자기기의 기내 반입을 금지했다. 매일 50편 정도가 해당 공항을 출발해 미국에 도착한다. 휴대전화를 제외한 노트북 태블릿 카메라 DVD플레이어 전자게임기 등이 반입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기내 반입이 금지된 전자기기는 위탁 수화물로 실어야 한다.
국토안보부는 성명에서 2015년 이집트 상공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 폭발 사건과 지난해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여객기 폭탄 테러를 거론하며 “민간 항공기를 표적으로 삼으려는 테러리스트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피터 킹 하원의원은 “이번 조치는 정보기관의 최신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곧이어 영국 교통부도 요르단 이집트 터키 사우디 레바논 튀니지 등 6개국에서 자국으로 오는 항공편에 대해 16.0×9.3×1.5㎝ 이상의 전자기기 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휴대전화 크기의 소형기기만 휴대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의 조치가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기기의 기내 반입 금지만으로 테러를 막기 힘든 데다 대상 국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서다. 터키 정부는 즉각 “미국의 전자기기 반입 금지 조치는 잘못됐다. 번복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미국으로부터 이번 조치를 사전에 통보받았지만 유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항공기 ‘배터리 폭탄’ 테러 비상… 美·英 기내 반입금지
입력 2017-03-22 18:40 수정 2017-03-22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