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G2(중국·미국) 간 외교경쟁의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2인자들의 잇따른 자국 방문을 앞두고 호주는 중국의 투자 구애와 미국의 안보 동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는 22일 호주를 시작으로 여드레란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오세아니아 순방에 나섰다. 중국 총리의 호주 방문은 11년 만이다. 방문 기간 리 총리는 맬컴 턴불 호주 총리를 만나 자유무역과 역내 경제통합을 강조하는 한편 ‘펑유취안’(朋友圈·친구 네트워크)을 확대하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오세아니아 인프라 투자계획과 연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강화된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해 중국이 2015년 호주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강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호주 역시 중국 주도로 추진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주요 협상국일 뿐만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의 탈퇴로 폐기될 운명에 처하자 자국 내 경계론 속에서도 중국 끌어안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다음달 중순 아시아 순방길에 호주를 방문할 예정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껄끄러워진 양국 관계의 개선과 함께 기존의 안보 동맹을 재확인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첫 방문을 앞둔 펜스 부통령이 호주 내 비등해진 반트럼프 정서와 중국의 통 큰 역내 포섭책과 맞서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호주 외교가에서 나오는 ‘친중’ 접근의 목소리와 ‘친미’ 고수의 주장을 함께 소개하며 G2 외교전의 한복판에 서게 된 호주가 밀려드는 중국의 투자 공세 속에서 미국과의 전통적 외교·안보적 균형 유지를 고민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美·中 2인자 잇달아 호주 방문
입력 2017-03-23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