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이 문형표(61·구속 기소·사진) 전 복지부 장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도록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합병 과정에 관여한 적 없다는 문 전 장관 측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22일 열린 문 전 장관의 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조모 전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2015년 6∼7월 문 전 장관에게 ‘삼성 합병 건이 찬성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며 “이후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찾아가 홍완선 전 본부장에게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모 전 복지부 인구정책실장도 “조 전 국장 등에게 ‘삼성 합병 건을 잘 챙겨보라는 장관 지시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실장은 당시 메르스 사태로 문 전 장관이 물러나기 전 일화도 공개했다. 그는 “2015년 7월 말 장관님을 찾아가니, 장관님이 복지부 산하기관인 ‘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로 가고 싶다’고 했다”며 “장관보다 연금공단 이사장이 훨씬 더 좋은 자리라고 표현해 농담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28년간 복지부 공무원으로 생활하며 모셨던 장관이 산하기관장보다 못한 자리였는지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전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4개월 만에 연금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검찰이 “복지부 공무원들 사이에 ‘문 장관은 안종범 청와대 수석과 하루라도 통화를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 것 아니냐’는 말도 돌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 전 실장은 “맞다. 그런 말이 돌았었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문형표, 삼성 합병 챙겨보라 했다”
입력 2017-03-22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