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습자 가족들 “성공 인양, 함께 기도해 주세요”

입력 2017-03-22 18:14
세월호 인양이 예정된 22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대 앞에서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이 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인사하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인양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뉴시스

22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세월호 시험인양에 이어 본인양까지 할 수 있다는 해양수산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항구 주변은 북적였다. 인양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동거차도로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취재진과 차량 400여대가 들어찼기 때문이다.

세월호 인양을 지켜보기 위해 새벽에 경기도 안산을 출발해 달려온 유가족의 모습에는 긴장감과 함께 초조함이 엿보였다. 특히 단원고 조은화·허다윤양의 부모 등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며 1072일을 보낸 이들의 초췌한 얼굴에는 비장함까지 묻어났다.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은 세월호 인양 현장을 찾아가기에 앞서 방파제 등대길에서 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고 당일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던 국민 여러분의 그 마음이 지금 현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또 “세월호 인양은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을 밝히는 증거물이며, 생존자가 아픔 없이 살아가는 길”이라며 “세월호 인양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저희도 가족을 찾아서 집에 가고 싶습니다”라고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두툼한 겨울점퍼에 옷가지를 담은 짐가방을 들고 인양 현장행 배에 오르는 조양의 어머니 이금희(49)씨는 “시험인양에 이어 본인양까지 하게 되면 사고 해역에 오래 머무를지 몰라 필요한 것을 챙겨왔다”고 했다. 이씨는 “‘아직도 저 배 안에 내 딸 은화가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무서운 생각이 간혹 들지만 오늘은 ‘이제야 만나는구나. 내 딸 은화야’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희망을 찾기 위해 사고 해역으로 떠난다”고 덧붙였다.

미수습자 가족 7명을 태운 어업지도선은 출발한 지 1시간여 만인 낮 12시쯤 사고해역에 도착해 닻을 내렸다. 가족들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라며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모두 부르고 서로를 다독였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떠난 후 한산해진 팽목항은 오후 들어 수십명의 추모객이 합동분향소를 찾으면서 다시 분주해졌다. 가족대기실 옆에 30㎡ 규모로 설치된 합동분향소 TV모니터엔 희생자들의 영정이 순서대로 나타났다.

추모객들은 희생자의 소품과 생전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물을 훔쳤다. 아내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박형운(62)씨는 “오늘에야 가족을 만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돼 다행”이라며 “꼭 세월호가 인양돼 그들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팽목항=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