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완벽했다. 사전작업도 마친 상태였다. 106㎜ 굵기의 66가닥의 인양줄이 1072일 동안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44m 바닷속에 잠겨 있는 세월호를 끌어올리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22일 오전 윤학배 차관을 상황실장으로 하는 ‘세월호 선체인양상황실’을 구성하고 현장지휘반과 현장 상황을 최종 점검한 뒤 시험인양을 결정했다. 오전 6시 호주 기상전문업체인 OWS,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프랑스 선급 소속 기상전문업체 마튜다니엘 등이 공통적으로 소조기인 22∼24일 ‘파고 1m, 풍속 초속 10.8m 이내’의 양호한 기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조치다.
시험인양이 시작되고 11시간 뒤 해수부는 본인양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2015년 4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인양 작업은 날씨 탓에 번번이 어려움을 겪었다. 세월호 하단 리프팅빔 설치작업은 기상 악화로 지연을 거듭했다. 지난해 8월 끝낼 것으로 보였던 작업은 지난해 12월에서야 완료했다. 2016년 인양을 완료하겠다던 약속도 해를 넘겼다. 해수부가 말하는 인양의 최적 조건은 파고 1m 이하, 풍속 초속 10.8m 이하다.
지난 18일에도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알린 뒤 3시간여 만에 취소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날씨 탓이었다. 여기에 시험인양 과정에서 와이어 장비 꼬임 현상까지 발생했다. 해수부 측은 와이어 장력테스트 과정에서 일부 인양와이어가 꼬이는 현상이 발생해 꼬임방지 장치를 설치해 정상작동 중이라고 했다.
당초 본인양 결정 전 2, 3시간이면 끝날 것이라고 했던 이날 시험인양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세월호 선수(뱃머리)와 선미(꼬리) 쪽 기울어짐의 차이가 예상보다 컸던 것이다.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는 세월호는 무게중심이 선미 부분에 쏠려 있다. 해수부는 이날 오후 3시30분쯤 세월호 선체를 해저면에서 약 1m 들어올리면서 시범인양에 성공했고 5시간여 뒤인 오후 8시50분 본인양에 돌입했다.
그러나 재킹 바지선으로 끌어올렸다고 인양이 끝난 것은 아니다. 떠오른 세월호와 재킹 바지선은 예인선을 이용해 조류가 잔잔한 곳에 떠 있는 반잠수 선박까지 1㎞를 가야 한다. 이후 9m 정도 바닷속에 잠겨 있는 반잠수 선박 본체에 세월호를 올려놔야 한다. 물 위로 올라온 세월호의 무게는 1만294t이다. 이때도 세월호의 무게를 계산해 반잠수 선박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해수부는 세월호의 무게중심이 선미에 쏠려 있어 반잠수 선박 뒤쪽에 하중이 몰릴 것이라고 봤다. 균형을 맞춰놓기는 했지만 안전을 위해 반잠수 선박의 선미 쪽에 거대한 폰툰(부력재)도 설치했다.
해수부 관계자들이 ‘바다 위로 세월호를 올리는 순간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양작업 중 가장 위험하고 정밀한 작업이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도 이날 진도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선체를 부양해 재킹 바지선에 고박한 뒤 반잠수식 선박까지 이동해 선적하는 본인양 작업이 가장 중요하고 민감하다”고 말했다.
해수부가 공식적으로 인양 성공이라 말하는 시점도 바로 ‘세월호의 반잠수 선박 도킹’이다.
도킹에 성공한 뒤에도 반잠수 선박에서는 수많은 작업이 진행된다. 우선 반잠수 선박에 세월호를 단단히 고정해야 하고 세월호에 차 있는 2000t가량의 물을 빼야 한다. 이후 목포신항까지 이동하는 데 20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양부터 목포신항에 세월호를 거치하는 작업까지 최소 열흘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기욱 세월호 인양추진과장은 “끝날 때까진 쉬는 시간 없이 작업을 진행한다. 24시간이건 48시간이건 연속 작업을 각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세월호 끌어올린 후 ‘반잠수 선박’에 올려야 성공… 본인양 절차와 과정은
입력 2017-03-22 18:13 수정 2017-03-23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