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회사가 밀집한 영국 런던의 특별행정구역 ‘더 시티 오브 런던’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명성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런던에서 일하는 직원을 타 지역으로 이동시킬 계획을 밝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처드 노드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는 “런던 직원 중 수백명을 다른 유럽 도시로 옮기는 작업을 우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런던에는 약 6000명의 골드만삭스 직원이 있다. 직원 5000여명이 런던에 상주하는 모건스탠리의 콤 켈러 사장도 한 콘퍼런스에서 “브렉시트 협상 기간이 끝나기 전 인력 일부를 이동시킬 것”이라며 “은행 인가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FT는 오는 29일 리스본조약 50조가 발동돼 브렉시트 협상이 공식 시작되면 3개월 안에 각 회사가 이주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업계의 이전 움직임에 라제시 아그라왈 런던 경제부시장은 “‘하드 브렉시트’를 표방한 메이의 협상태도가 불필요한 리스크를 높였다”고 우려했다.
런던의 뒤를 이을 금융 중심지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부상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위치한 데다 많은 금융거래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대형 금융회사들이 이미 영업 인가를 받아둔 지역이기도 하다. 폴란드 바르샤바는 고학력 저임금 노동자가 많다는 점 때문에, 아일랜드 더블린은 금융 관련법과 시간·언어가 런던과 같다는 이유로 역시 대안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지정학적 이점에도 노동자 상여금 한도가 높다는 한계가 있고, 룩셈부르크는 유연한 정책에도 시장 크기가 작다는 점 때문에 관계자들이 이전을 망설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런던이 금융 중심지 역할을 지켜낼 것이란 전망도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세제 혜택을 기대하고 런던 중심의 사업을 미국으로 옮길 가능성도 언급됐다. 아시아 시장을 노리고 홍콩과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런던 금융가 브렉시트 엑소더스 개시?
입력 2017-03-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