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전염병’… 한·중 지자체 교류도 올스톱

입력 2017-03-23 00:03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간 우호 교류나 민간 문화교류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22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중국 측이 국내 방문과 축제 참가를 잇달아 취소하면서 각종 행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5월 3일부터 제87회 춘향제를 여는 전북 남원시와 춘향제전위원회는 최근 중국 옌벤가무단의 출연 취소 통보로 난감해 하고 있다. 2002년부터 춘향제에 자주 참가했던 옌벤가무단은 올해 축제에도 개막식에서 남원시립국악단과 협업 공연을 하기로 했으나 며칠 전 갑자기 불참한다고 알려왔다. 가무단측은 중국내 일반인들의 단체관광이 제한을 받다 보니 출국이 어렵다고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과 악기편성·편곡까지 마무리 중이던 공연 준비는 전체 틀이 바뀌게 됐다. 1996년 자매결연을 맺고 해마다 춘향제에 참석해오던 중국 옌청시 사절단도 방한이 취소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커지고 있다.

춘향제전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양국 분위기상 다소 우려가 있었지만 지속돼온 문화교류라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취소통보를 받아 당황스럽다”며 “개막식 공연계획을 다시 전면 수정해 프로그램을 재편성했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한·중·러 4개 도시의 ‘문화체육축전’도 반쪽짜리로 치러지게 됐다. 광명시는 오는 30일부터 나흘간 광명에서 중국 단둥과 훈춘, 러시아 하산 등 4개 도시가 함께 문화체육축전을 열 계획이었으나, 단둥시에 이어 훈춘시도 참가가 어렵다고 통보해와 행사를 크게 축소했다.

광명시는 KTX광명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출발역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 축전을 준비해 왔다. 각 도시에서 공무원과 축구단·농구단·공연단 등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사드 여파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다음 달 1일 열리는 경북 경주 벚꽃마라톤대회도 중국 시안시 우호단의 방문이 예정됐으나 아직 참가 여부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주시는 10여 년 전부터 봄에 중국 팀을 초청하고 가을에는 시안성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왔으나 중국 측의 입장 변화로 행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또 중국 훈춘시의회 대표단은 다음 달 17일 속초시의회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광주시도 다음달 1일 열릴 프린지페스티벌 개막식에 중국 관광객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장무(廣場舞)’를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남원=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