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부터 기득권 내려놓기 앞장서겠다”

입력 2017-03-22 18:07

“이대로는 한 해도 더 갈 수 없다는 절박감에 만들었다. 백화점식 위시리스트(wish list)가 아니다. 국가경제의 핵심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어떤 해법이 좋을지 대선주자와 경제계가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다. 늘 하는 얘기로 치부하지 말아 달라.”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제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에서 절박함을 강조했다. 대선 때마다 반복하던 ‘민원’ 대신 함께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뜻을 내비친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기업 이미지가 악화된 상황에서 경제계 제언이 자칫 정경유착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는 기득권 내려놓기를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경제계부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불공정 거래를 반복하는 일부 기업, 성과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요구하는 일부 노조, 자격증을 방패삼은 일부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들이 모두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단순히 법을 지키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법보다 엄격한 자율 규범을 신설해 실천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의는 구체적으로 ‘3대 틀 9대 과제’를 제언했다. 공정사회를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불신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업을 믿지 못해 일일이 규제하고 기업은 규범보다 실적을 우선시하며 노동자는 공존보다 내 몫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상의는 또 대선 후보들이 경제 주체가 서로 신뢰를 회복하고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지배구조는 꼭 바꾸되, 시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선진국처럼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을 잘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자율지침) 도입과 정착에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불이익과 정규직의 기득권도 조정해 양자 간 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경제의 틀을 재구축하기 위해서는 인기가 없더라도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혁신기반을 재구축해 ‘메이드 인 코리아’ 신화를 되찾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아울러 미래 일자리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번영의 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지를 확대하면서 이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은 주입식이 아닌 창의성·유연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출산과 육아 부담을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야근문화를 개선하는 등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풍토를 조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